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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사람이 사람을 물었음

중앙일보 2014.06.26 00:49 종합 24면 지면보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25일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어뜯은 뒤 그라운드에 넘어져 도리어 피해자인 것처럼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SNS 캡처]


우루과이는 브라질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지만 박수는 받지 못했다.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의 더티 플레이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또 '핵이빨' 드러낸 수아레스
상습범 수아레스, 상대 어깨 공격
조국 우루과이 16강전 못 나설 듯



 수아레스는 25일(한국시간) 나타우의 다스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D조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물어뜯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3분 수아레스가 이탈리아의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30·유벤투스)의 어깨를 깨물었다. 심판은 이 장면을 놓쳤지만 중계 카메라에는 잡혔다. 키엘리니는 치아 자국이 선명한 어깨를 드러내며 심판에게 어필했으나 묵살당했다. 기가 막힌 건 수아레스의 리액션이다. 상대를 물어뜯어 놓고서 자신이 앞니를 부여잡고 아픈 척했다. 경기 후 수아레스는 “경기 중에 흔히 있는 일”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조사에 착수했다. 수아레스가 상대 선수를 물어뜯은 건 공식적으로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2010년 네덜란드 아약스 소속일 때는 에인트호번 선수를 물어뜯어 네덜란드 언론이 그를 ‘아약스의 식인종’이라고 불렀다. 2012년에는 리버풀과 첼시의 경기 도중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30)의 팔을 깨물었다가 10경기 출장정지를 받았다.



심판의 눈을 피해 옐로카드를 받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그가 경기 중 상대를 깨문 건 2010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키엘리니의 어깨에는 치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맨 위). 수아레스를 병따개나 영화 ‘죠스’의 식인상어로 표현한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SNS 캡처]
 AP는 FIFA가 수아레스에게 최대 2년 출장정지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소 2~3경기 출장정지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2년 프리미어리그에서 수아레스가 이바노비치를 물어뜯었을 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성장 배경을 공개했다.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서북쪽으로 7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살토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과자공장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청소부였다. 그가 일곱 살 때 몬테비데오로 이사했지만 수아레스는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 2년 뒤에는 부모가 이혼했다. 영국 언론은 어린 시절의 충격 때문에 수아레스에게 ‘분노조절 장애’가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2012년 당시 우루과이축구협회장이던 세바스티안 바우자는 “수아레스가 어린 시절 아픔을 겪고 정신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불우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모두가 수아레스처럼 분노조절 장애를 갖게 되는 건 아니다. 수아레스의 경우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처와 지나친 승부욕이 결합돼 ‘간헐적 폭발 장애(폭발적 행동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며,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것)’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네덜란드 축구 프로그램 진행자 톰 에그버스는 수아레스에 대해 “그는 무슨 수를 써서든 이기고 싶어 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지킬 박사지만 안에서는 하이드로 바뀐다”고 했다.



 윤영길(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 본지 해설위원은 “경기장 안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좌절감을 느끼는데, 개인마다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있다. 수아레스는 어느 정도 선을 넘어 본인의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 빅클럽이 수아레스를 보유하는 것에 부담을 갖게 될 것”고 분석했다.



 미국 권투선수 에반더 홀리필드(52)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신체 어느 곳도 먹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는 글을 올려 화제를 뿌렸다. 홀리필드는 1997년 WBA 헤비급 타이틀전 도중 마이크 타이슨(48)에게 귀를 물어뜯겼다.



 수아레스의 돌출 행동으로 뜻밖의 횡재를 한 사람도 나왔다. 노르웨이에 사는 토마스 시버센(23)은 ‘수아레스가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물까’라는 항목에 32크로네(약 5300원)를 베팅해 5600크로네(약 93만원)를 땄다. 배당률은 175배였다.



브라질리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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