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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찰나 … 히말라야가 내게 던져 준 화두

중앙일보 2014.06.26 00:31 종합 26면 지면보기
지난해 9월 말 초오유 베이스캠프(5700m) 야경. 교교한 달빛 아래 별빛과 헤드랜턴 빛이 어우러진 밤이었다. [사진 이창수]


찰나(刹那).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매우 짧은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찰나가 영원하다니…. 알듯 모를듯한 이 말은 사진작가 이창수(54)씨가 히말라야에서 벼려 낸 화두였다.

이창수 사진작가 28일부터 전시회
3년여 찍은 히말라야 사람·자연
"지금 한 걸음, 이 순간 가장 소중"



 히말라야 사진작가 이씨가 ‘이창수·영원한 찰나’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연다. 밀레·중앙일보 후원으로 오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45일 동안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작가가 지난 3년여 동안 발로 기록한 히말라야의 사람과 자연을 담았다. 그중 일부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본지 week& 섹션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가다’ 시리즈에서 매달 소개됐다. 산악계에선 국내 사진가 중에 히말라야 8000m 산의 베이스캠프를 모두 가본 사람은 그가 유일할 것으로 본다.



 전시는 동선을 따라 방을 마련했다. ‘한 걸음의 숨결’ ‘신에게로’ ‘나마스떼’ ‘별이 내게로’ ‘히말라야의 역사’ 순이다. 이씨가 전시회에 내건 사진에는 에베레스트(8848m), K2(8611m) 등 위압적인 히말라야 거벽의 모습은 없다. 힘을 빼고 찍은 사진들이다.



지난해 12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00m)를 찾은 이창수 사진작가. [사진 이창수]
 “재작년 8월쯤인가, K2 베이스캠프를 거쳐 곤도고라(5700m)라는 눈 언덕을 넘었어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험하다는 곳인데, 초주검이 다 돼서 내려왔어요. 공포와 안도가 교차했지요. 그러고나니까 사진 욕심보다는 ‘그냥 히말라야를 걷자’ ‘걷는 것을 즐기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걸음의 숨결’ 방은 자연에 다가가는 히말라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일당 1만원에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 큰 짐을 지고 가는 짐꾼 등을 만날 수 있다. ‘신에게로’는 히말라야 까마귀 전용 방이다. 검은 벽과 눈뿐인 고립무원의 빙하에서 먹이를 찾는 헤매는 까마귀들을 보며 작가는 “길동무를 사진에 담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히말라야의 까마귀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라고도 했다. 히말라야에서 까마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란다. ‘나마스떼’는 다시 사람 풍경이다. 거리의 여인, 하릴없이 산을 바라보는 노인이 등장한다. ‘별이 내게로’는 설산의 야경을 담았다. 작가는 별 사진을 찍기 위해 밤새 텐트를 들락거리며 꽁꽁 언 손으로 셔터를 눌렀다. 추위와 고소(高所)증세를 견디며 얻은 값진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히말라야를 처음 접한 이들을 위해 AP통신이 기록한 ‘히말라야의 역사’ 방을 따로 마련했다.



 “영원한 찰나라는 주제는 히말라야를 힘들게 걸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한 걸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사진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각자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가는 히말라야에 다니기 전에 ‘지리산 농사꾼 사진가’로 알려졌다. 신문사 사진기자를 그만둔 지난 1999년, 경남 악양 형제봉(1115m) 자락에 집을 짓고 농사일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현재 지리산학교와 순천대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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