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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원전도 국가개조 차원서 접근해야

중앙일보 2014.06.26 00:22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이번 강원도 삼척시장 선거는 친(親)원전과 반(反)원전의 승부였다. 한쪽은 새누리당 소속의 현직 시장으로 원전 유치를 적극 추진했던 사람이었다. 약 2년 전 삼척이 신규 원전 건설부지로 지정 고시된 배경이다. 경쟁자는 무소속의 반원전 단일 후보였다. 원전 유치 무효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무소속 후보의 승리였다. 62% 대 38%라는 상당한 표차였다. 유치 확정된 원전을 백지화하겠다는 후보자가 당선된 건 처음이다. 이 공약은 당선 후에도 변함없을까. 인수위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무효화 공약은 유효한가.



 “당선자는 자신의 승리를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 시민의 열망이라 생각한다. 원전 백지화는 이뤄낼 걸로 알고 있다.”



 -전력 수급이라는 국가사업이 타격 입는데도.



 “원전을 희망하는 다른 지역이 하면 된다. 없다면? 그래도 우리는 안 한다.”



 -향후 일정은.



 “취임하면 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한다. 찬성 주민이 많으면 공약은 철회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적을 거다. 당선 자체가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는 증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척은 원전 유치를 희망했다. 2010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건설부지 신청을 받을 때 삼척은 90%가 넘는 주민동의서를 제출했다. 그랬던 삼척이 이번에 180도로 바뀌었다. 게다가 광역지자체인 강원도도 거들고 있다. 도지사는 “원전은 강원도의 청정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이 쟁점화된 건 삼척과 강원도뿐이 아니었다.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군과 월성 원전이 있는 경북 경주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설계 수명 30년이 끝나 연장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폐쇄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당선자는 물론 대부분의 후보들이 폐쇄를 공약했을 정도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경제가 다른 논리를 압도했다. 고도성장과 개발경제 시대의 유산이다. 성장을 위해선 분배가 다소 희생돼도 괜찮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국민이 참아야 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양극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고, 소비자의 이익과 국민 안전 문제가 더 중시되고 있다. 물론 세월호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국가개조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다. ‘빨리빨리’가 상징하는 개발경제시대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나는 변화의 시작이 효율 못지않게 형평, 기업 경쟁력 못지않게 소비자와 안전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공유여야 한다고 믿는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원전의 경제성만 강조돼왔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주로 부각됐다. 물론 원전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석탄이나 석유, LNG 등의 화력발전보다도 훨씬 저렴한 건 사실이다. 탄소 배출 감축이 세계적 대세라는 걸 감안하면 원전의 유용성은 더욱 커진다. 원전만큼 값싸고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원이 아직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딜레마다. 일본 후쿠시마와 세월호 사태 등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삼척이 단적인 증거다. 지역이 반대하면 원전 건설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2035년까지 원전을 8기 더 건설하겠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재검토하는 게 옳지 않을까.



 당연히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같은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 원전 수를 줄이면 전기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전 축소를 주장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건 포퓰리즘이란 얘기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론 불가능하기에 하는 말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같이 놓고 여야와 시민단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쪽은 국민의 안전 불안감에, 또 다른 쪽은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서로 동의한다면 새로운 에너지 전략 수립은 어렵지 않을 게다. 말을 빙빙 돌려 그렇지, 모두가 조금씩 물러나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게 국가개조의 요체라는 얘기다. 하지만 어쩌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보면서 이 제안 역시 불가능할 것 같으니.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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