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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구 부정 논란을 줄이려면

중앙일보 2014.06.26 00:21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대학교수들의 표절 및 이중게재(자기표절)를 포함한 연구 부정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연구 부정 여부 판단에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학문 특성별로 연구 부정 판단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시대에 따라서도 기준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어서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연구자의 과거 글이 연구 부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자 할 때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령 최근 언론의 관심사로 떠오른 학위 논문 학회지 게재 시 지도교수가 공저자로 들어가는 것이 연구 부정인지에 대해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의 ‘연구윤리 지침’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우리의 것이 애매할 때 쳐다보는 외국의 사례에는 미국심리학회(APA)가 내놓은 출판 매뉴얼이 있다. 여기엔 “석·박사학위 논문을 기초로 한 공동 논문의 경우 학생을 제1저자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수가 연구기금을 따오고 학생은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 주제를 가지고 학위논문을 쓰는 이공계 경우에는 학술지 게재 시 지도교수를 공동저자로 하는 것이 오히려 연구결과를 책임지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언론도 교수가 제2저자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의 수위를 낮추는 것 같다.



 그러면 크게 비난받고 있는 학위논문의 학회지 게재에서 교수가 제1저자가 되는 것은 비윤리적인가. 과거 인문사회계의 경우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공계와 달리 일부 인문사회계에서는 지도교수가 크게 도움을 준 학위 논문의 학회지 게재 시 지도교수의 지명도를 활용할 목적으로 학생의 요청이나 동의에 의해 일부러 교수 이름을 앞에 넣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제1저자라고 해 연구점수를 더 주는 것도 아니었기에 교수들이 평가에서 이익을 보지도 않았다. 물론 교수가 논문 완성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기여하지 않았으면서도 자기의 지위를 이용해 제1저자가 되었다면 윤리적인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연구 부정 잣대가 엄격해지고 연구실적 평가 기준이 바뀌었으므로 인문사회계의 경우 학위논문을 학회지에 발표할 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도교수 이름은 넣지 않는 쪽으로 연구 윤리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인문사회계 교수들도 학생 논문지도는 당연한 의무로 여길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교수의 자기표절(중복게재)은 2006년 이후 여러 논란을 거치며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제는 ‘연구자 본인의 동일한 연구 결과를 인용표시 없이 동일 언어 또는 다른 언어로 중복하여 출간하는 경우’에만 중복게재로 보는 대학이 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에는 인용표시만 한다면 다른 언어로뿐만 아니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여 출간하여도 독자가 전혀 다른 경우’ 중복게재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학술지에 실었던 내용을 대중서·교양잡지 등에 쉽게 풀어 쓴 경우’는 학술 논문의 활용으로 보아 더 이상 문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면 출처를 밝히지 않은 글은 모두 중복게재가 될까? 과거에는 자기 논문을 일반 교양잡지 등에 활용할 경우 대체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고려를 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자유로울 원로 학자는 별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향후에도 연구 윤리 지침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연구 부정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지침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연구물에 대해서는 명시적 표절인 경우만 제외하고는 문제를 삼지 않겠다며 포괄적인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학계와 대학은 외국의 사례와 우리의 시대 상황 변화를 감안해 과거 연구의 부정을 판단할 기준을 좀 더 합리적으로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부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외부에서 자의적인 잣대로 판단하지 않도록, 명예를 중시하는 학자들이 자신의 실수나 무지로 인해 이러한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러한 비난을 받았을 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국 학계와 대학은 보다 구체적인 연구윤리 지침 및 연구 실적 평가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점차 국제학계 수준으로 보완해 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렇게 마련된 연구 윤리 지침을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처럼 학부에서의 보고서 표절까지도 훗날 자신의 이력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현재의 학생들에게 알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학자들이 연구 부정에 대한 유혹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롭게 될 것이다. 학계와 대학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언론과 사회는 자의적인 판단을 하는 대신 권위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갖춘 해당 학회와 대학에 연구논문 부정 여부 판단을 의뢰하게 될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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