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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합법화, 법인세 인하 … 아베 세 번째 화살 쏘다

중앙일보 2014.06.26 00:12 경제 4면 지면보기
아베 신조
“다음 회기 중 의회에서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중국 관광객 끌어들여 경제 활력
세금 내려 기업 투자 활성화도
디플레 탈출 선언 … 경제 자신감
시장선 "크게 새로운 내용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말은 솔깃했다. 그는 24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애초 아베 정부는 올봄 의회에서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처리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연기한 바 있다. 아베 정부가 카지노에 집착하는 이유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서다. 올림픽에 맞춰 세계 각국, 특히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여 관광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계산이다. 도쿄를 마카오에 이은 아시아 2위 카지노 메카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미국 리조트그룹 라스베이거스샌즈(LVS)와 MGM도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아베 정부를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 일본의 카지노 합법화 법안이 예정대로 올가을 통과된다면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아베가 카지노 합법화를 밀어붙이고 나선 데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는 이날 “디플레이션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과감한 통화정책과 유연한 재정정책·성장전략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물가하락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정책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놀라운 말이다. 1994년 하반기 이후 20년 가까이 괴롭혀온 ‘경제 악령’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아베는 소비세 후폭풍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소비세 인상으로 내수가 줄고 있어) 경제 운용이 아주 어려운 시기”라며 “하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루 뒤인 25일 도쿄 닛케이225는 전날보다 109포인트(0.7%) 정도 떨어졌다. 전날 미국 주가가 떨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시장이 아베의 카지노 합법화나 디플레이션 종료 선언에 크게 감동하지 않았다”며 “시장은 아베가 한 걸음 더 나가주길 기대했다”고 전했다. 사실 아베는 기자회견에서 몇 가지 추가 대책을 언급하기는 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특별지역 설치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카지노 허가 ▶여성 인력 활용 등이었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와 영국 가디언지 등은 이날 내놓은 정책 패키지를 ‘세 번째 화살’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인 무제한 양적완화(QE) 정책과 두 번째인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 이은 세 번째 경제활성화 대책이란 얘기다.



 정책 자체만 보면 나쁘지 않은 패키지다. 세금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인구 노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여성 인력 활용은 요긴한 대안일 수 있다. 중국 요우커(遊客)를 겨냥해 카지노를 활성화하면 경제 활력에 도움이 크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도쿄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계산해보니 아베의 정책 패키지 덕분에 잠재 성장률이 0.5~1.5%포인트 정도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잠재 성장률은 0.5%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베 정책 덕분에 잠재 성장률이 1~2%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이날 아베의 정책이 새로운 게 아니란 점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6월 그는 ‘세 번째 화살’이라며 법인세 인하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번에 새로운 점이라면 아베가 법인세 인하폭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는 “법인세율이 현재 36%에서 30% 정도로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법인세가 30%로 낮아진다고 해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콩이 17% 정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높다는 호주가 30%여서다.



 CNBC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아베가 해야 할 일은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 1분기 일본 기업의 현금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늘어 232조 엔(약 2330조원)이나 됐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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