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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다음카카오 두렵지만 … "

중앙일보 2014.06.26 00:09 경제 1면 지면보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5일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네이버 스토리’라는 주제로 중소기업 대표 500여 명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이해진(47) 네이버 이사회 의장 앞에는 ‘벤처신화’라는 말 외에도 항상 붙는 수식어가 있었다. ‘은둔형 경영자’. 1999년 6월 영어단어 ‘navigate’(항해하다)에 착안, ‘네이버컴’을 세운 후 대외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게 많지 않았다. 2001년 한게임 유료화 발표 때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가입자 3억 명 돌파 기념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뉴스분석] 은둔 접고 창업 후 첫 공식강연
페이스북·구글에 큰 위기감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중국기업



 그런 이 의장이 공식 강연회에 나섰다. 25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5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네이버 스토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네이버가 시가총액(약 27조원)으로 국내 10위 안에 들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가 싶더니 주제를 ‘상생(相生)’으로 끌고 갔다. 그는 “작고 튼튼한 회사들이 많이 나와야 인터넷 서비스 회사도 강해진다”고 역설했다. 검색엔진이 잘 되려면 이를 활용하는 많은 기업이 나타나고, 이 기업들에 의해 다양한 콘텐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글로벌 히든 챔피언’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의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우리나라의 콘텐트가 세계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플랫폼은 라인이 중심이다. 이 의장은 2011년 6월 23일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이 이달 23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4억7000만 명의 가입자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라인 이용자 수는 원조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 이용자(약 4억5000만 명)를 넘어섰다. 1400만 명이 가입한 국내보다 일본(5200만 명)·태국(2700만 명)·인도네시아(2000만 명)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도 각각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연초 JP모건증권은 “라인이 남미에서 유일하게 와츠앱과 맞설 수 있는 메신저”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라인의 성장에 힘입어 올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PC에서의 경쟁이 모바일로 옮겨갔다고 판단했다. 그는 “네이버는 모바일 회사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모든 서비스를 바꾸고 조직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 사업을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카오톡과 다음의 합병 선언도 매우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그것보다 위기감을 느끼는 건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페이스북 등 외국기업”이라고 말했다.



 강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장은 “페이스북·구글 등 시가총액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미국 기업들보다 훨씬 무서운 게 중국기업들”이라고 부연설명했다.그는 “많은 돈을 주는 것은 물론 중국에 데려가 큰 시장에서 콘텐트 사업을 해주겠다고 하면 그 제안에 안 따라갈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들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다음 합병 회사의 탄생이 한편으로는 반갑다고 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가입자를 라인보다 더 많이 확보하면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경쟁상대가 되고, 이를 통해 라인도 외국 기업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카카오톡은 전 세계적으로는 가입자가 라인에 한참 뒤진 1억5000만 명 정도이지만 국내에서는 3700만 명으로 라인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 의장은 외국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PC검색에서 네이버 점유율이 높지만 동영상 점유율은 유튜브가 거의 절대적이고, 페이스북 사용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의 점유율이나 매출 데이터가 안 나오니 데이터가 있는 국내 업체들만 규제 타깃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이 의장의 대외활동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0년대 후반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자 이 의장은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라인이 성과를 나타남에 따라 자신감을 되찾고 대중적으로도 할 말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의장은 축구 포지션에 자신의 역할을 빗대 개발하는 역할은 후배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은둔형 경영자라고 불렸는데, 사실은 축구 경기장의 스트라이커였다. 네이버에서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람이 바로 골을 넣는 포지션이다. 이제는 골을 넣는 후배 스트라이커에게 공을 올려주는 라이트 윙 정도의 역할을 다하겠다.” 



제주=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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