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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 좋은 책] <17>로저 피셔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중앙일보 2014.06.26 00:04 15면 지면보기
라파엘로(1483~1520)가 그린 ‘레오 1세와 아틸라의 만남’(1514년 작품). 역사상 가장 유명한 협상을 그린 작품이다. 교황 레오 1세는 452년 협상을 통해 유럽을 아틸라의 침략으로부터 막아냈다.


학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를에게 학교 가게 만드는 법은? 신랑을 금주·금연으로 이끄는 법은? 협상이다. 미국 영화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이렇게 말했다.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는 로드맵이 없다. 항상 힘겨운 협상이 필요하다.”

상대는 부드럽게 대하고 문제는 깐깐하게 따져야



 높은 연봉을 받고 고속 승진을 하는 것도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협상도 필요하다. “비즈니스에서는 여러분의 값어치만큼 얻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협상한 만큼 얻는다(In business, you don’t get what you deserve, you get what you negotiate).” 협상 전문가 체스터 L 캐러스가 한 말이다. 알고 보면 수십 가지에 달하는 협상 전략도 일상 속에서 구사된다. “싫으면 말고”라고 하는 것도 협상적 표현이다. ‘가져가든지 말든지(take it or leave it)’는 전략에 해당한다.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식으로 덤비는 것도 ‘확실한 공멸(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협상술과 연관성이 있다.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의 우리말 번역본(왼쪽)과 영문판 표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협상하는 데 보낸다. 법률가들도 사실은 법정보다는 협상하는 자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이하 『YES』, 1981)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이 아니라 로스쿨의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협상술에 대해서는 수많은 책이 나와 있다. 기법을 중심으로 협상을 정리한 책도 있고, 학술적으로 정리한 책도 있다. 그중 딱 한 권 읽는다면 단연 협상학의 고전 중 고전인 『YES』가 최고다.



 『YES』의 대전제는 어떤 경우에도 양쪽 모두 만족하는 ‘윈윈(win-win)’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으로 이상을 추구할 수 있다’는 협상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시작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합의로 마무리하라(Start out with an ideal and end up with a deal).” 독일 기업인 카를 알브레히트가 한 말이다.



 협상의 목표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최대한 조금 주고,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조파(ZOPA)’를 파악해야 한다. 리 톰프슨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ZOPA를 정의한다. “ZOPA 즉 ‘합의 가능 영역’은 사는 사람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고치와 파는 사람이 수용할 의사가 있는 최저치 사이의 겹치는 부분을 표현한다(The zone of possible agreement, or ZOPA, represents the overlap between the most the buyer is willing to pay and the least the seller is willing to accept).”



 『YES』에 따르면 협상에 대해 잘 모르고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상대편이나 당면 문제에 대해 딱딱하거나(hard) 부드러운(soft) 입장 쪽으로 편향돼 있다.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 ‘웬만하면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식이다. 잘못된 접근이다. 『YES』는 상대편 사람에 대해서는 ‘소프트’하게, 협상 사안에 대해서는 ‘하드’하게 접근할 것을 주장한다. 상대편이 아무리 극악무도하다고 해도 그들을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상대편이 천사라고 해도 문제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따져야 한다. 이처럼 사람과 협상의 목표를 분리하는 것을 『YES』는 ‘원칙 있는 협상(principled negotiation)’이라고 부른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협상 당사자들의 입장(position)이 아니라 이익(interest)이다. 입장과 이익을 분리해야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3의 솔루션을 창의적으로 찾을 수 있다. 기존 입장에는 아무래도 감정이 개입돼 있을 수 있다. 상대편에 대한 편견·감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려면 객관적인 기준을 함께 세워야 한다.



 협상을 어렵게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상대편에 비해 이쪽의 힘이나 물질적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그런 경우 상대편에 휘둘리기 쉽다. 끌려가지 않으려면 협상 중단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배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측의 ‘협상에 대한 최선의 대안’ 즉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ing an agreement)’를 설정해야 한다. 협상을 안 해도 될 만한 뭔가 있을지 모른다. 대안이 없으면 배짱은 허세다.



 협상 대상이 ‘극단적인 협상형 인간’인 경우 온갖 꼼수(dirty tricks)를 다 부릴지 모른다. 자기가 아는 모든 협상 기법을 하나하나 다 써먹으려 할지 모른다. 힘으로 누르려고 할지 모른다. “상냥한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냥한 말에 총칼이 덧붙여졌을 때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 미국의 조폭 우두머리 알 카포네(1899~1947)가 한 말이다. 짐짓 화난 척할지도 모른다. “분노는 효과적인 협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분노가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방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계산된 행동일 때에만 그렇다.” 미국 작가 기업인 마크 매코맥(1930~2003)이 한 말이다.



꼼수에는 꼼수로 맞서야 할까. 하지만 『YES』가 표방하는 꼼수 대처법은 좀 다르다. 우선 상대편 꼼수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편에 이쪽이 꼼수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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