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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마스카라, 자신감 볼터치 … 암환우, 그녀들이 웃었다

중앙일보 2014.06.26 00:03 4면 지면보기
지난해부터 아모레 카운슬러로 활동을 시작한 박애란(39·사진 왼쪽)씨가 환우 곽정숙(57)씨의 입가에 립스틱을 정성스레 바르고 있다. 곽씨는 카운슬러 박씨와 밝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행사엔 암환우 187명이 참가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지난 23일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임상 제2강의실. 강단 앞 화면에서 영상이 나오자 왁자지껄하던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화면에는 유방암을 이겨내고 모델 활동으로 제2 인생을 살고 있는 김지연(36·가명)씨의 사연이 나왔다. 카메라의 ‘찰칵’ 소리에 주목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행복해졌다는 김씨의 이야기에 강의실 안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시선집중]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서울대병원 행사 스케치
아모레 카운슬러 35명, 암환우 187명에게 메이크업 노하우 전수
"더 예뻐져 자신감 찾고 다른 환우에게 희망 줄 것"



 “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살았어요. 거울을 열어 나를 다시 찾았을 때 새로운 내가 시작됐어요.”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 캠페인이 서울대병원 행사를 끝으로 2014년 상반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선 암을 경험한 인사를 초청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내외면의 아름다움, 자신감까지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시간을 보낸 방송인 이성미 씨가 강연자로 나섰다. 이씨는 “생각을 바꾸면 더 즐거워진다.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다들 힘내’가 된다”면서 “긍정의 힘이 에너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스킨케어 강연 시간엔 방문판매경로 교육강사 서미화 씨가 스킨케어 방법을 설명하고, 암환우 중 한명을 모델로 선발해 메이크업 실습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암환우를 위한 스킨케어 방법 영상’을 제작했다. 음악과 함께 영상이 나오자 참가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열심히 따라했다. 이 영상은 올해 한국예술원과 함께 제작한 것으로 한국예술원 학생 모두가 참여해 음악·영상·율동을 만들었다. 병원 행사장뿐 아니라 한국예술원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포털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이하 메유라)’ 사이트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유라’ 자원봉사단은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원 ‘아모레 카운슬러’ 35명과, 방문판매경로 교육 강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여성암 환우를 위한 ‘미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오늘 처음 봉사단으로 참가했는데, 오는 길에 많이 떨렸어요. 암환우 분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혹시 내가 실수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에요.”



 암환우 참가자와 아모레 카운슬러는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우며 메이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아모레 카운슬러로서의 삶을 시작한 새내기 카운슬러 박애란(39)씨는 “오늘 만난 환우분 모두 아프지 않고 밝아 보이는 모습에 놀랐다”면서 “오늘 내 옆에 앉으셨던 환우분도 처음에는 긴장하신 듯 서먹서먹했지만, 예쁘게 화장해 드리려고 손도 잡아드리고 정성을 다했더니 마음을 여셨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에 입술 도장 찍으시면서 ‘더 예뻐져야지’라고 쓰시는 걸 보고 뿌듯하기도 하고 마음이 많이 뭉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씨와 함께 메이크업 시연을 진행한 환우 곽정숙(57)씨는 유방암 환우회 합창부에 들어갔다가 ‘메유라’를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암 판정을 받은 곽씨는 “암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면서 “피부톤도 어두워지고, 눈썹·머리카락 등 온 몸의 털이 다 빠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혼자서 집에만 있으니까 우울해져 합창부 활동을 시작했다. 덕분에 메유라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면서 “밝은 모습을 되찾는 건 어렵지 않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직접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메유라 캠페인 봉사단에 들어왔다는 아모레 카운슬러 유혜심(40)씨는 환우 안서현(53)씨의 볼터치를 하면서 “처음 참가했는데 몇 번이고 울컥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 모두 다 어머니 같은 분들”이라면서 “어머니께 해드리지 못했던 것들, 엄마라고 생각하고 해드렸다”고 털어놨다.



 참가자들은 메유라를 통해 내·외면 모두 변화됐다고 입모아 말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았으니 꾸준히 참가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암환우 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내외면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줄 수 있다면 언제가 되었든 계속 봉사하려고요.”(유혜심 씨)



 “아프지 않았다면 과연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을까요. 지금 이 시간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해요. 자신있게 살아보려고요. 그래서 다른 환우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어요.”(안서현 씨)



 마지막 순서로 다함께 모여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순간, 카메라 렌즈 속에 중년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고운 화장을 한 아름다운 여성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배은나 객원기자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암 치료 과정에서 피부변화와 탈모 등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 암환우에게 메이크업·피부관리·헤어연출법 등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는 노하우를 전수, 투병 중 겪는 심적 고통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고취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주최하고 한국유방건강재단·한국유방암학회·대한종양간호학회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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