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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하고 넉넉한 소형 SUV, 깐깐한 베이비부머 사랑 독차지

중앙일보 2014.06.26 00:01 Week& 2면 지면보기
링컨 MKC는 뒷좌석을 접어 짐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자녀를 독립시킨 베이비부머가 쓰기엔 충분히 넉넉하다. 또한, 뒤 범퍼 아래에 발만 갖다대면 테일게이트가 자동으로 열리는 등 편의성도 뛰어나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전쟁터가 되고 있다. 작은 차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마저 관심이 뜨겁다. 정체된 고급차 시장에서 소형 SUV 판매만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셰에 따르면 2007년 이 시장의 규모는 46만4000대였다. 올해는 185% 늘어난 132만4000대, 2019년엔 172만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소형 SUV 마켓 급팽창
미국 시장 2008년 이후 600% ↑
2018년까지 지속 확대 예상
전세계 브랜드 앞다퉈 신차 투입
짐 싣기 쉽고 젊은 외형에 인기



SUV의 종주국으로 손꼽히는 미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프리미엄 소형 SUV 시장이 2008년 이후 6배 이상 커졌다. 미국의 정보회사 IHS는 이 시장이 2018년까지 추가로 세 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쟁쟁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빤히 보이는 수요를 놓칠 리 없다. 한쪽에선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른 한쪽에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신차를 투입하고 있다.



 올 초 포르셰는 마칸을 내놓았다. 렉서스는 지난달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전시했던 NX를 올 하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동급 차종을 거느린 업체는 가지치기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가두리를 에워쌀 그물을 한층 촘촘히 짜기 위해서다. 아우디는 Q3, 메르세데스-벤츠는 GLA를 내놓았다. BMW는 X2와 X4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우디 Q2도 나온다.



MKC는 링컨 브랜드 최초의 소형 SUV다. 링컨은 MKC를 앞세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장르에 뛰어들 참이다.
 금융위기 이후 다시 힘을 내고 있는 미국 차도 예외가 아니다.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 링컨은 MKC를 내놨다. 링컨 최초의 소형 SUV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MKC를 시승했다. 현재 링컨은 과감한 개혁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개혁의 신호탄이 MKZ였다. 현재 링컨 판매는 팍팍 치솟는 중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21%, 한국에서는 36% 늘었다.



 링컨은 MKC를 재도약에 가속을 붙일 기대주로 여긴다. 링컨 MKC의 수석 엔지니어 존 즈레이크는 “MKC는 효율이 뛰어난 다운사이징 엔진과 최신 전자장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춰 동급 최고의 경쟁력을 뽐낸다”고 자신했다. 그는 MKC의 핵심 라이벌로 BMW X3과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GLK 등 독일산 삼총사를 꼽았다.



 MKC의 길이X너비X높이는 각각 4554X1839X1605㎜. 현대 투싼보다 약간 크고 아우디 Q5보다 살짝 작다. 이란성쌍둥이 포드 이스케이프와 비교해도 길이와 휠베이스만 약간 길뿐 너비와 높이는 되레 아담하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차를 표방한다. 존 즈레이크는 “자녀를 독립시킨 베이비부머가 직접적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소형 SUV를 관통하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6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미 통계청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약 7600만 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28%다. 이들은 미국 금융자산의 77%를 거머쥐었다. 연간 2조3000만 달러의 구매력을 행사한다. 나아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출은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KOTRA에 따르면 미 베이비부머 세대의 소비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다 쓰고 죽자’다.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자신을 위해 쓰고 싶어 한다. 둘째는 최신 제품에 관심이 많다. 구세대와 달리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다. 마지막이 제일 중요하다.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느끼게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싫어한다.



 프리미엄 소형 SUV는 여러모로 베이비부머 세대와 이해관계와 맞는다. 이들은 젊었을 때처럼 큰 차로 허세부리는 데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궁색해 보이는 차 또한 원치 않는다. 수많은 장르 가운데 SUV가 주목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키가 껑충해 덜 왜소해 보인다. 짐 공간이 큰 데다 싣고 내리기도 쉽다. 또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고를 경우 폭우나 폭설 등 변화무쌍한 기후에도 비교적 안심할 수 있다. 게다가 중장년층으로 접어들면 반사 신경이 스스로 자각할 만큼 둔화된다. 그래서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고 수고를 덜어 줄 각종 전자장비가 필요하다.



 산타바바라에서 몬 시승차는 링컨 MKC 2.0 AWD. 국내에서 주력으로 팔 모델이다. 엔진은 2.0L 가솔린 터보 직분사로 243마력을 낸다. 포드 그룹 다운사이징 전략의 대표작 중 하나다. MKC의 시동과 출발은 센터페시아(차량 중앙부)의 버튼으로 모두 해결된다. 정숙성은 탁월하다.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쓴 데다, 불쾌한 소음을 상쇄시킬 능동소음제거장치까지 더한 결과다. 엔진은 배기량을 잊을 만큼 매끈하게 가속력을 뽑아냈다. S(스포츠) 모드에서 변속기의 적극적인 대처도 만족스러웠다. MKC는 조향감각과 승차감이 둥글고 매끈하다. 뾰족하고 까끌까끌한 부위를 집요하고 세심하게 다듬은 느낌이다. 과격한 조작도 너그럽고 푸근한 몸놀림으로 풀어냈다.



 MKC는 깍듯하고 친절했다. 키를 쥔 채 차에 다가서면 링컨 로고를 새긴 불빛을 바닥에 비췄다. 차로를 옮길 땐 사각지대 살펴 경고등을 띄웠다. 차가 차선을 밟으면 운전대를 반대편으로 톡톡 쳐 바로잡았다. 주차보조장치는 평행주차뿐 아니라 주차된 차 빼는 것도 도왔다. 뒤 범퍼 밑에 발을 갖다 대면 테일게이트가 열렸다.



 소형 SUV의 시대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부머의 깐깐한 취향에 맞춘 차는 다른 연령대에서도 자연스럽게 통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소형 SUV 열풍의 이면엔 이런 계산이 녹아있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차에서만큼은 크고 넉넉한 게 미덕이라고 믿는 이들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게 숙제다. 특히 한국에선 ‘큰 차가 좋은 차’라는 문화적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타바바라(미국)=김기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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