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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는 그대로 힘·연비 '업' … 군살 뺀 엔진의 마법

중앙일보 2014.06.26 00:01 Week& 1면 지면보기
캐딜락 신형 CTS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는다. 이전 세대 땐 V6 3.0L였다. 그러나 새 엔진이 연비는 물론 출력마저 더 좋다. 다운사이징 엔진의 매력은 이런 데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그런데 연비가 더 좋을 뿐 아니라 힘도 비슷하거나 높다. 다운사이징(down-sizing)의 마법이다. 기존보다 적은 배기량 엔진으로 연비를 높이는 기술이다. 나날이 엄격해지는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에 대응할 해법으로도 인기다. 친환경차를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리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 중형차로 확대
배기량 낮추고 연비 좋게 해
CO2 배출 규제 해법으로 인기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2009년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6기통 이상이 전체의 60%를 넘었지만 2020년엔 4기통 이하의 소형차가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운사이징이 만든 역전극이다. 일반적으로 엔진의 배기량을 3분의 2로 낮추면 연비가 15%, 절반으로 줄이면 연비가 25%까지 개선된다.



 가장 손쉬운 다운사이징 방식은 실린더(기통) 개수를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6기통을 4기통으로 줄이는 식이다. 그러면 관련부품 개수도 덩달아 줄어든다. 그만큼 기계적 마찰 손실이 낮다. 그런데 무조건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출력과 토크(순간 가속력)를 높여야만 배기량을 줄인 명분이 선다. 그래서 엔진에 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공급하는 장치(과급기)를 단다. 과급기는 크게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로 나뉜다. 엔진이 들이마실 숨을 압축한다는 목표는 같다. 터보차저는 엔진이 내쉬는 숨(배기)의 흐름을 이용해 들이킬 숨(흡기)을 압축한다. 양쪽 숨이 흐르는 관을 바람개비가 양쪽에 달린 장치로 연결한다. 그 결과 엔진이 배기를 내뿜는 힘으로 흡기를 꾹꾹 쥐어짠다. 반면 수퍼차저는 엔진 구동력으로 흡기를 압축한다.



 엔진이 들이키는 공기가 농밀할수록 폭발이 화끈해진다. 그런데 공기를 압축하면 온도가 치솟는다. 이 경우 적절한 시점보다 먼저 폭발할 수 있다. 따라서 과급기를 붙인 엔진은 보통 압축된 공기를 식히기 위한 장치(인터쿨러)를 단다. 농밀하고 찬 공기에 연료를 섞어 태우니 폭발의 질이 좋다. 그만큼 연비와 힘도 좋다.



 직분사 기술도 다운사이징에 힘을 보탰다. 연료를 공기와 미리 섞지 않고 폭발을 일으킬 엔진 실린더로 직접 뿜는 방식이다. 장점은 여러 가지다. 이를테면 꼭 필요한 시점에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연료만 쓸 수 있다. 강한 압력으로 뿜는 연료가 실린더 내부를 식히는 효과도 낸다. 아울러 소용돌이 현상을 유도해 화염을 구석구석 퍼뜨린다.



 다운사이징의 시작은 소형차였다. 지난 4월 국내에 출시된 미니의 신형 쿠퍼가 좋은 예다. 엔진을 기존의 4기통 1.6L에서 3기통 1.5L로 줄였다. 그러나 출력은 122마력에서 136마력, 연비는 L당 12.7㎞에서 14.6㎞로 올라갔다.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조만간 골프에 직렬 4기통 1.4L 가솔린 터보 직분사(TSI) 엔진을 얹어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다운사이징이 중형차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일 지엠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서 치른 시승회를 통해 만난 캐딜락 신형 CTS가 대표적이다. 이전엔 V6 3.0L와 3.6L 엔진을 얹었다. 반면 신형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직분사로 바꿨다. 출력은 276마력으로 기존 3.0L보다 높다. 연비는 뒷바퀴 굴림 기준, 8.6㎞/L에서 10㎞/L로 훌쩍 뛰었다. 작아진 엔진이 늠름한 덩치의 CTS 끌기엔 벅차진 않을까하는 의심도 들었다. 걱정과 달리 작은 심장을 얹은 CTS는 시종일관 기운찼다. 정숙성도 놀라웠다. 물론 오르막길 급가속 상황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엔진음도 6기통만 못하다. 그러나 연비와 반응성 등 장점이 훨씬 많았다.



볼보는 지난달 27일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을 얹은 신차를 선보였다. 직렬 4기통 2.0L 엔진 하나로 디젤과 가솔린을 넘나들고, 120~300마력을 낸다. 사진의 차는 S60 D4.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지난달 강원도 양양에서 시승회를 통해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을 공개했다. 볼보 새 엔진의 밑바탕은 직렬 4기통 2.0L 블록이다. 여기에 실린더 헤드만 바꿔 디젤과 가솔린을 넘나든다. 또 다양한 과급기를 붙여 디젤은 120~230마력, 가솔린은 140~300마력 이상을 낸다. 드라이브 E 엔진은 D4와 T5, T6으로 구성된다. D4 엔진의 경우 직렬 5기통 2.0L에서 직렬 4기통 2.0L로 거듭났다. 최대토크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되 최고출력은 18마력 더 높였다. V60 D4 기준으로 공인연비(복합)는 15.8㎞/L로 13% 개선했다.



 국산차 가운덴 르노삼성 SM5 TCE가 대표적이다.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고 190마력을 낸다. 연비는 13.0㎞/L다. 2.0L 엔진의 SM5 플래티넘보다 출력과 연비 모두 앞선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에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쏘나타 에코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기범 객원기자(로드테스트 편집장) ceo@roadtest.kr



◆엔진 다운사이징(down-sizing)=엔진의 배기량 또는 기통수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배기량을 잃은 만큼 줄어든 힘을 보강하기 위해 연료 직분사 장치, 터보차저나 수퍼차저처럼 엔진에 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불어넣는 장치와 짝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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