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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강연 70분 → 2분 거두절미 왜곡 … 취지는 "민족의 시련 또 하나의 기회"

중앙일보 2014.06.25 02:23 종합 2면 지면보기
문창극 후보자가 자진 사퇴라는 결심을 한 데는 친일 사관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친일 논란을 촉발한 건 지난 11일 KBS ‘뉴스9’ 보도였다. KBS는 “오늘 9시 뉴스는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로 시작한다. 문 후보자의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강연인데 파문이 예상된다”며 교회 강연 영상을 보도했다. 70여 분 분량의 동영상은 KBS의 편집을 거쳐 2분짜리 리포트로 방송됐다.


친일 덧씌우기 논란 부른 뉴스9 보도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체 강연 영상을 보면 이 발언에 앞서 “우리나라라는 것은 지금까지 굽이굽이마다 시련과 도전을 받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됐다. 그 기회가 되어서, 지금 이 나라가 왔다. 지금은 모든 나라가 한국으로 다 오려고 하지 않냐”는 부분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함께 늘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에서 한 강연”(문 후보자)이라는 해명이었지만 이런 의미는 전달되지 않은 채 친일 사관만 부각됐다.



 KBS는 “문 후보자가 우리 민족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고도 발언했다. 민족 비하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는 문제 제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선 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거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라는 발언을 내보냈다. 거두절미하고 이 부분만 본 시청자들은 민족비하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보도 편집이었다.



 그러나 발언의 맥락을 보면 문 후보자가 비판하는 대상은 우리 민족이 아닌 지배층의 수탈에 맞춰져 있다. “양평에선 농사를 열심히 지어서 뭐가 좀 생기면 이방이 무조건 곤장을 친다. 그러니 조선 사람들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야, 일을 하면 다 뺏기니까. 그러나 연해주에 사는 조선민족은 깨끗하고 잘산다. 나라가 잘못해서 그러는 거다”라는 발언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보도되지 않았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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