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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 CCTV로 선실 속 아이들 보고도 탈출한 듯

중앙일보 2014.06.25 01:52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준석(69) 선장이 세월호 사고 첫 본 재판이 열린 24일 오전 광주지법으로 가기 전에 광주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선장은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뉴시스]
침몰한 세월호 배 안 곳곳에 선체가 기울어도 승객들이 잡고 이동할 수 있는 손잡이(안전봉)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석(69) 선장과 선원들이 탈출하라고 방송만 했다면 승객들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의미다. 또 세월호 조타실에는 선실들을 비롯해 선체 내부를 보여 주는 폐쇄회로TV(CCTV) 모니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장과 선원들이 CCTV를 통해 승객들이 선실 안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면서도 자신들만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조타실서 내부 상황 파악 가능
배안 곳곳에 안전봉 설치
제때 명령했다면 탈출 가능
‘영정사진 지면’에 울음바다

 24일 광주지법에서는 형사11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이 선장과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과 첫 공식 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세월호 내부 사진 150여 장을 공개했다. 세월호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처분하려고 내놓자 선박 중개인이 사고 전날인 지난 4월 15일 찍은 사진이다.



 검찰은 이 중 복도 거의 전부에 설치된 손잡이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배가 기울어도 손잡이를 잡고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제때 탈출하라고 방송했다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탑승객 김홍경씨가 찍은 침몰 직전 세월호 모습. 배가 기울어져도 잡고 이동할 수 있는 안전봉(점선 안)이 보인다. [중앙포토]
 검찰은 또 조타실 내부에 설치된 CCTV 모니터 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검찰은 이 선장과 선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승객들을 보고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한 아버지는 재판 말미에 “선장과 선원들이 모니터를 봤는지 다음 재판에서 꼭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꼭 다루겠다”고 답했다.



 재판에서는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충격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생존 학생 아버지 오모씨는 발언 기회를 얻어 “어제 학생들이 있던 숙소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는데도 아이들 대부분이 울면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침몰하는 배에 친구들을 놓고 나왔다는 죄책감에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오후 5시쯤 희생된 학생의 어머니가 “중앙일보에 나온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법정에서 함께 보고 싶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본지가 6월 16일자 1면에 ‘바뀌지 않는 대한민국…미안합니다’라는 제목 아래 희생자 중 286명의 영정사진을 실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스마트폰을 법정 내 화상시스템에 연결해 대형 스크린에 영정사진이 나타나자 이 선장과 선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부모들은 “얼굴을 들어 우리 아이들을 봐라. 이 아이가 내 아이다”고 소리쳤다.



 재판부는 30일 인천에서 세월호와 비슷한 구조의 오하마나호에서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또 생존 단원고 학생들의 증언을 다음 달 28~3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듣기로 했다.



 ◆단원고 여학생 시신 수습=세월호 사고 70일째인 이날 단원고 2년 윤모(18) 양의 시신이 세월호 4층 중앙통로에서 발견됐다. 어머니 박모(46)씨는 시신확인서를 받아 들고 “우리 딸 고마워, 이렇게 마지막 모습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줘서”라고 말했다. 박씨와 남편은 팽목항에서 매일 딸이 좋아했던 초콜릿과 샌드위치 등으로 아침상을 차려 놓고 “사랑하는 딸, 어서 엄마·아빠 품으로 돌아와다오”라고 기원했다. 한편 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73명이 25일부터 등교한다. 이들은 미술실과 음악실을 리모델링한 새 교실 4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광주=최경호 기자, 진도=장대석 기자



사망 293명 실종 11명

세월호 피해 현황(6월 24일 오후 11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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