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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황새, 봉하마을 찾아와 석 달 넘게 ‘장기 체류’

중앙선데이 2014.06.21 23:33 380호 2면 지면보기
경남 진해시 봉하뜰에서 드렁허리를 물고 있는 ‘봉순이’. [도연 스님 제공]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황새 한 마리가 날아와 석 달 넘게 머물고 있다. 러시아 등지에서 온 철새 황새가 국내에서 월동한 뒤 돌아가기는 하지만 이처럼 여름에 이르기까지 한 곳에서 장기간 서식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효고현서 인공 증식, 한국 텃새화 여부 관심 … 유기농업 영향 추정

텃새로서의 한국 황새는 20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1년 충북 음성군에서 한 쌍을 발견한 것이 야생으로서는 마지막 목격이었다. 그중 수컷은 언론 보도 3일 뒤에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고, 홀로 남은 암컷은 서울대공원에서 보호받다 94년에 세상을 떠났다. 황새는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돼 있다.

봉하마을의 황새는 올 3월 18일 화포천생태학습관(김해시 산하기관) 직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처음에는 곧 떠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봉하마을 인근의 논 농사 지역인 봉하뜰과 퇴래뜰을 벗어나지 않았다.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한 주 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로는 매일 관찰이 가능하다.

이 황새의 다리에는 숫자와 문자가 새겨져 있는 플라스틱 인식표가 달려 있다. 생태학습관은 이를 통해 이 새가 2012년 4월에 일본 효고(兵庫)현 도요오카(豊岡)시에서 태어난 암컷임을 확인했다. 도요오카시는 10년 전부터 황새를 인공적으로 증식시켜 방사해왔다. 도요오카시와 김해시는 약 800㎞ 떨어져 있다. 일본에서 텃새 황새는 71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황새는 ‘봉순이’라고 불린다. 조류 연구가인 도연 스님(61·강원도 철원군 도연암 주지)이 봉하마을에 사는 암컷이라는 뜻으로 붙여준 이름이다. 그는 석 달째 봉순이 관찰ㆍ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봇대 형태의 긴 물체 위에 둥지를 만들어주자며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봉순이가 고압 전선 위에 자주 앉아 감전사할 위험이 있다. 외국에서는 인공으로 둥지를 만들어 보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목표 모금액은 300만원인데 20일까지 절반 가량 모였다.

도연 스님은 “감전 가능성뿐 아니라 밀렵꾼에 의한 포획 위험도 있다. 또 전국에서 사진 찍겠다고 몰려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천연기념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보호와 증식을 위한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봉순이의 봉하마을 정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뒤 고향에서 시작한 유기농업의 효과로 추정된다. 농약을 쓰지 않는 경작 방법 때문에 봉하뜰과 퇴래뜰에는 황새가 좋아하는 개구리ㆍ미꾸라지ㆍ드렁허리(‘논장어’라고도 불리는 민물고기)가 많다.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황새로 환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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