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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억지 쓴 듯 왜곡 … 고노담화 깎아내리는 일본

중앙일보 2014.06.21 01:36 종합 3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에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검증 결과를 발표한 20일 위안부 소녀상이 서울 중학동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일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일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한국 정부의 의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은 거부했다.”


"위안부 강제연행 확인 안 돼"
보고서에 두 번이나 언급
"YS 양해" 외교과정 일방공개
한승주 "우리 의견 개진 당연"

 20일 공개된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에서 일본이 한국과의 ‘협의’ 원칙을 명시한 부분이다. 언뜻 보면 한국이 억지라도 쓴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피해국이자 담화의 직접적 관계국으로서 일본이 왜곡하려 한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으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가장 큰 쟁점이 된 위안부 모집 시 군 관여 여부와 관련, 일본은 군을 모집의 주체로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시’라는 표현을 넣으라고 거듭 요구한 결과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담당했다’는 표현으로 정리됐다.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두고도 일본은 “위안부 모두가 본인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업자의) 감언, 강압에 의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아진 사례가 많다’는 것이 일본의 원안이었다. 하지만 정부 반대로 ‘모두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로 조정됐다. 일본은 이런 과정을 정치적 합작품인 양 폄하했지만 정부가 당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은 ‘강제성 인정’에서 발을 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시 외무부 장관이었던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자의에 의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밖에도 고노 담화를 훼손하려는 표현은 보고서 곳곳에서 드러났다. “소위 말하는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문장을 두 번이나 넣었다. 앞부분에서는 고노 담화 작성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일본)가 자주적으로 취하는 조치”라고 하고선 뒤에서는 “한국이 ‘(고노 담화) 발표는 일본이 자주적으로 한 것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했다”고 교묘하게 물타기를 했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인 조사를 근거로 발표한 일본 정부의 문서”라며 “피해 할머니 열여섯 분의 생생한 증언이야말로 강제성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일본이 한국과의 의견 교환 과정을 공개한 것도 향후 한·일 관계에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외교문서 내용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공개함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신뢰까지 훼손됐다는 것이 정부 분위기다. 보고서는 “김영삼 대통령까지 문안을 확인하고 양해했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정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고 보고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담화 검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우익 언론, 우익 정당과 손발을 맞춰 만들어낸 결과다. 올 초 우익 성향의 일본 언론이 “담화 문안에 한국 측의 수정 요구가 반영됐다” 등의 의혹을 제기했고 우익 정당 일본유신회가 ‘검증 군불’을 지폈다.



 국제사회가 위안부 피해를 일본 정부의 반인도 범죄행위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외교안보센터장은 “검증은 정치적 의도에서 한 것이지만 국제사회를 의식해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미국도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이렇게 고노 담화를 훼손한 만큼 아베 총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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