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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문 후보를 친일파로 씌워서 인격살인"

중앙일보 2014.06.21 01:31 종합 5면 지면보기
이인호 교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0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밟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오늘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해선 “너무 너무 답답한 일”이라며 “일본이 온 세계가 다 분노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조차도 사실은 사과 안 하려는 게 아니냐. 사과해놓고 지금 덮으려는 게 아니냐”고 했다. 또 “일본은 사과할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사과해야 양국 간 신뢰가 쌓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이 해군의 독도 근해 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엔 “독도, 당연히 우리 영토, 영해 내에서 (훈련을) 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왜 시비를 거나. 참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퇴근길에는 2011년 4월 독도를 직접 둘러본 소회와 독도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 5001함의 세족식에서 대원들의 발을 직접 씻어준 경험을 적은 ‘독도의 밤’이란 칼럼을 소개했다.


각계 원로들 청문회 개최론
이각범 "청문회서 동영상 봐야"
이원종 "여당 책임의식 없어"

 문 후보자가 이처럼 친일 논란에 대한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원로 정치인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첫 여성 대사(핀란드·러시아)를 지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부 언론이 편파보도를 해서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어놓고, 그 조작된 여론을 빙자해서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본인한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되든 어쩌든 완전히 인격살인을 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가 보수 우파라서 싫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걸 친일파로 씌워서 인격살인을 하는 건 용납할 수가 없다”며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올해 92세인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인사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장 전 부의장은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청문회를 하지 않으려고 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나갔다”며 “월요일(23일)에는 국회나 청와대로 가서 시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을 역임한 이각범 KAIST 교수도 “자기 집단의 이해·견해와 다르다고 청문회를 하지 않고 무조건 배척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회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의해 정부가 하는 일을 대응하면 되는 건데 (청문회를) 사전에 된다, 안 된다, 나가라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기본적인 절차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편집한 교회 강연을 보고 친일이라 하기 때문에 전체 1시간10분짜리 동영상을 다 봐야 한다”며 “청문회에서 전 국민에게 생중계를 하든지 해서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팩트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문 후보자가 우파인 건 확실하지만, 어떻게 우파가 친일파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 후보자를 총리감으로 생각해서 지명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며 “여당 일부 의원이 나라를 위해 물러나달라고 하는데, 책임의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 아닌가. 책임 없는 권력은 폭력”이라고도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는) 국민에게도, 국제사회에도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총리”(안철수 공동대표)라며 청문회 불가론을 펴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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