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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출동 '골든타임'놓쳤다

중앙일보 2014.06.21 01:29 종합 6면 지면보기
20일 오후 2시. 인천시 남구 인천남부소방서 용현119안전센터. “위이∼잉” 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사무실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급하게 소방차와 구급차에 올랐다. 학익동에 있는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Y사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훈련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차·사람·오토바이 불쑥불쑥
화재 현장까지 4㎞에 7분 걸려

 센터에서 가장 먼 공장으로 출동했지만 소방차는 도로 진입부터 삐걱거렸다. 도로를 유턴해 이동해야 하는데 차량이 비켜주질 않았다. 경적을 울려도 꿈쩍하지 않았다. 차량 한 대가 방향을 틀어 만들어준 진입로는 다른 차량이 얌체처럼 끼어들었다.



 보다 못한 정광호(42) 소방장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긴급상황이니 비켜달라”고 여러 차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겨우 소방차가 빠져나갈 만한 공간이 생겼다.



소방차가 차량 2대가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골목길로 들어서니 검은 연기가 보였다. 차량 내비게이션을 보니 500m만 들어가면 사고 현장이다. 문제는 골목길 주변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더욱이 맞은편에선 흰색 차량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도착한 시간은 2시7분. 4㎞ 이동에 7분이나 걸렸다. 생사가 걸린 골든타임(5분)을 2분 초과했다.



 이날 동서울터미널 화재 현장에 출동한 서울 광진소방서 구의119안전센터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했다. 횡단보도에서 소방차는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상당수가 사이렌과 안내방송을 무시한 채 길을 건넜다. 일부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보며 무심하게 소방차 앞을 지나쳤다.



 다음 사거리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도 차량은 꿈쩍도 안 했다. 겨우 확보한 공간으로 사거리를 빠져나가려던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오토바이가 소방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이완승(56) 소방위는 “차량이 길을 터준 공간으로 끼어들어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얌체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고 푸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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