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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과학의 산물 '브라주카'

중앙일보 2014.06.21 01:07 종합 12면 지면보기
무게 437g, 둘레 69㎝. 축구공 브라주카(Brazuca·브라질인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는 브라질 월드컵이 낳은 또 하나의 스타다. 조별리그 1라운드(16경기)에서 49골이 터져 경기당 3.06골을 양산한 브라주카는 1994년 이후 지속적으로 평균 득점 하락세를 이어온 월드컵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원형에 가깝고 공기 저항 적어
경기당 3.06골 터져 흥미 더해

 브라주카는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였던 자블라니보다 더 혁신적인 형태로 선보였다. 브라주카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 사상 가장 적은 6개의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1970년부터 월드컵 공인구를 제작해 온 아디다스는 2002년까지 32개 오각·육각형 조각들을 이어 붙여 축구공을 제작했다. 그러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14개 조각을 이어 만든 팀가이스트를 내놓은 뒤 2010년 8개 조각으로 구성된 자블라니를 제작했다. 브라주카는 자블라니보다 더 원형에 가깝게 하면서 공기 저항을 적게 받고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정도를 덜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속도는 높이면서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갈 수 있도록 했다.



강형근 아디다스코리아 상무
 강형근(본지 월드컵 해설위원) 아디다스코리아 상무는 브라주카에 대해 “끊임없는 혁신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말했다. 강 상무는 “월드컵 공인구는 단순한 공 차원을 넘어선, 한 시대의 스포츠 과학을 압축한 아이콘인 만큼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직후부터 새로운 공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디다스는 2011년부터 2년 반 동안 10여 개국 30개 팀의 선수 600여 명을 대상으로 날씨·고도·습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새 공인구 실험을 했다. 아디다스 측은 “역사상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공”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주카가 대회 초반 큰 관심을 끌면서 벌써부터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용할 공인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강 상무는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축구와 정보기술(IT)의 접목을 들었다. 실제로 브라질 월드컵은 축구와 IT,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전면에 등장한 사실상 최초의 대회다. 14대의 초고속 카메라가 공의 위치를 파악해 1초 안에 골 여부를 판정해 주는 골 판독기가 이번 대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 16일 프랑스-온두라스 경기에서 후반 3분 카림 벤제마(27·프랑스)의 슛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골 판독기 덕분에 골로 인정됐다.



 아예 팀 운영에 IT를 접목한 사례도 있다. 독일은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선수의 무릎·어깨 등에 센서를 부착해 뛴 거리와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수집,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경기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스페인 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코치가 구글 글라스를 활용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선수들의 패스 성공률, 공 점유율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선수 교체, 전술 운영 등에 곧바로 활용했다.



 강 상무는 “그동안은 월드컵 공인구의 모양·디자인·재질·무게 등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느냐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층 더 똑똑해진 스마트형 공인구가 가까운 미래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공 안에 센서를 부착해 공의 스피드나 날아간 거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볼, 신발에 달린 센서로 선수가 뛴 거리,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축구화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적인 상품은 마케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 상무는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가 완판됐다. 높은 탄성과 반발력으로 탱탱볼 같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며 “브라주카는 자블라니의 인기를 넘어섰다. 끊임없는 혁신이 마케팅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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