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한류' 전파하는 연예인 야구 리그

중앙일보 2014.06.21 00:55 종합 18면 지면보기
가수 김창열이 지난 3월 16일 대만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대만 연예인 야구팀과의 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이 경기는 ‘야구 한류’의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이윤아 SBS 아나운서(원 안)는 연예인 야구대회 첫 여성 선수다. [사진 한스타 미디어]


지난 9일 경기도 양주 백석생활체육공원. 아빠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들이 관중석에서 야구를 본다. 프로야구는 아니지만 ‘진짜 야구’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은 연예인이다.

안재욱·김준·오지호 … 꽃미남 스타들 대결 … 동남아 팬들 부른다
2011년부터 12개 팀 열띤 승부 … IPTV·포털사이트서 생중계



 낯익은 선수들의 폼은 영 어설프다. TV 중계 카메라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날 개막한 제6회 한스타 연예인 야구대회 풍경이다.



 연예인 야구는 동네 야구가 아니다. 연예인들이 취미를 살리고 친목을 쌓는 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여느 사회인 야구 이상으로, 그들에게 야구는 절실하다. 연예인 야구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2009년 KBS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이후부터다. 손쉬운 외야 플라이가 떠도 ‘만세’를 부르며 놓쳐버리고, 상대 투수의 ‘아리랑볼’에 헛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초짜’ 연예인들이 훈련을 통해 ‘진짜’ 선수처럼 발전하는 건 천하무적 야구단이 자랑하는 스토리 라인이었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다 어렵게 승리를 거두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다.



 이후 연예인 야구는 큰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 전문 채널을 통해 연예인 야구경기가 생중계됐고, 여러 이벤트 대회가 생겨났다. 그저 야구가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본업에 도움이 된 사례도 있었다. 한동안 방송 출연 기회가 없었던 개그맨 황영진(36)은 연예인 야구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리면서 야구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이 됐다. 그는 “연예인 야구가 나를 살렸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상윤·오지호·강인·안재욱.
 스타를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려들었고, 많은 단체가 흥행이 되는 이벤트를 열기 시작했다. 연예인 팀은 사회인 리그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 2012년 연예인야구연맹이 만들어졌다.



 몸집이 커지자 위기가 찾아왔다. 연예인 야구단이 앞다퉈 선수 출신을 영입했다. 경기력은 향상됐지만 신선함·순수함이 사라졌다. 연예인 야구에 정작 연예인이 뛰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 야구를 체계화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생겼다. 이들은 한스타 미디어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연예인 야구 리그를 중심으로 다시 뭉쳤다. 한스타 대회는 2011년부터 4년째 열리고 있다. 12개 연예인 야구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전 경기를 IPTV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중계하며, 선수 기록 관리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췄다.



 천하무적 연예인 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이경필(40) IB SPORTS 해설위원은 “이 대회는 연예인이 6명 이상 출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꾸준히 참여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유명인들이 야구를 통해 2시간 이상 노출되니 방송사도 연예인 야구를 중요한 콘텐트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체계화에 성공한 연예인 야구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 연예인 야구단과의 교류 경기가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16일 대만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는 ‘대만 자폐아동을 위한 한국-대만 연예인 야구 올스타 자선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에는 한스타 연예인 야구대회에 참가하는 12개 팀에서 선발한 이근희·이종원·오만석·김창렬·김준·이봉원 등 19명의 연예인들이 나섰다.



 대만에선 개그맨 펑차차(澎恰恰)·쉬샤오순(許效舜), 배우 웡자밍(翁家明) 등 유명 연예인 20명이 참가했다. 대만의 스타들과 한류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린 오만석·김준 등을 보기 위해 경기장엔 1만5000여 명의 관중이 모였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 ‘야구하는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한국팀 감독을 맡았던 배우 이근희(54)씨는 “한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장에선 폭발적인 반응을 느꼈다. 연예인들이 야구를 통해 한류를 전하는 뜻깊은 대회였다”면서 “연예인 야구가 자리를 잡는다면 또 다른 한류 콘텐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경기의 국내 주관사였던 한스타 미디어 안용철 대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관중을 보면서 연예인 야구와 연예 산업이 결합한 융복합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연예인 야구를 한류 콘텐트로 만든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류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트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야구와 결합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인기 연예인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 야구는 매력적인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원 기자

일반 야구와 다른 점



▶남녀 선수 함께 경기=지난 9일 연예인 야구대회 개막전에서 라바팀 소속인 이윤아(30) SBS 아나운서의 데뷔전이 있었다. 이 아나운서는 연예인 야구대회 사상 첫 여성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두 타석을 채우고 교체된 이 아나운서는 “대회 참가를 위해 평일 한 번, 주말에 두 번 연습을 했다. 생활 리듬이 깨지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야구가 어렵지만 그래도 재밌다. 더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이벤트=연예인 야구는 프로야구와 달리 경기 중 자유로운 이벤트가 가능하다. 9일 연예인 야구대회 개막전에선 라바팀의 어린이 치어리더팀 공연, 여자 아이돌 그룹 스피카의 시구·시타 등도 관중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열정적인 스타들의 등장=안재욱·장동건·오지호 등 한류스타들의 야구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남자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강인은 개인 코치와 함께 시간 날 때마다 훈련을 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