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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은퇴 앞둔 당신 '인생 플랜B' 낚시서 배워라

중앙일보 2014.06.21 00:39 종합 23면 지면보기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폴 퀸네트 지음, 공경희 옮김

바다출판사, 388쪽, 1만3800원




사람이 어떤 일에 깊이 빠지면 도가 트게 마련이다. 차 마실 때는 다도, 칼을 다룰 때는 검도 식으로 말이다. 이 책은 낚시에 빠진 사람이 썼으니만큼 내공 깊은 낚시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낚시의 도에서 머물지 않는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 저술가인 지은이는 낚시를 도구 삼아 인간 심리라는 물가에서 삶의 철학이라는 월척을 낚는다.



 만화를 보고 야구를 하며 성장하는 여느 미국인과 달리 지은이는 낚싯대를 들고 송어 여울에서 성장했다. 낚시광인 아버지 덕분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낚시를 잘하려면 실력이 쌓일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남을 존중하고 얻은 것을 함께 나누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선의가 생기고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다. 사회도 그러면 좋을 텐데 말이다.



 지은이는 낚시를 떠날 때 다음 같은 것은 집에 두고 가라고 충고한다. 우월감, 목표에 대한 집착, 결과중심주의, 재미를 보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 습관, 맨 처음 가장 큰 고기를 잡으려는 것 등등.



 반면 낚시터로 반드시 가져가야 할 목록은 이렇다. 경이감, 모험심, 윤리, 스포츠맨 정신, 타인에게 배우려는 의지,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유머감각 등등. 이쯤 되면 낚시를 가는 것은 인생 여정을 떠나는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낚시라는 낱말을 인생이나 직장생활·결혼생활 등등으로 바꿔보면 말 그대로 낚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다.



 그렇다면 낚시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철학 학교인가. 젊어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신처럼 여겼다는 지은이는 만일 그가 생전에 낚시에 빠졌다면 사물의 본성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해 더욱 따뜻하고 넓은 시각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다.



 낚시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 인생이 꼭 합리적이고 정의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은이가 인적이 드문 섬에서 종일 낚시를 하다 나무 밑에서 쉬는데 코코넛이 떨어져 머리에 맞았다.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파악했지만 지은이는 낚시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을 발견했다. ①가장 근사한 낚시는 어제 경험했다. ②가장 훌륭한 낚시는 지난주였다. ③오늘 최고 월척은 낚시 오기 싫어했던 사람이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④올해 최고 월척은 초보자가 낚는 경향이 있다. ⑤물고기는 낚시의 법칙을 모른다.



 낚시를 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제2, 제3의 장소로 옮기듯 인생에서도 플랜B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은이의 충고는 특히 울림을 준다. 특히 인생 이모작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르겠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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