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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밀레의 '이삭줍기'는 불온? … 명화로 읽는 경제

중앙일보 2014.06.21 00:20 종합 24면 지면보기
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지음

이다미디어, 376쪽

1만6500원




명화와 경제학이라. 화가가 계산기를 두드리고, 경제학자가 이젤 앞아 앉아 있는 것만큼이나 낯선 조합이다. ‘명화 읽기’에 대한 책이야 수백 종 나와있지만 명화 속에서 경제사의 중요한 순간을 읽어낸 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저자의 이력을 들여다보니 의문이 풀린다. 서울대 경제학부와 동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홍익대 예술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는 코리아중앙데일리-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 문화부장으로 일하며 미술기사를 쓴다. 저자는 탄탄한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명화라는 창구를 통해 당대의 인간과 사회를 읽어낸다. 때로는 그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때로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반전에 놀란다. 저자가 꼽은 몇 개의 그림을 얘기해보자.



 우선 그 유명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의 종말을 불러온 1830년 7월 혁명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이 그림 속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시위대를 이끄는 여성 대신 값비싼 실크해트(silk hat)를 쓰고 시위에 참여한 부르주아지 청년을 발견한다. 당시 혁명의 주체는 시민계급, 즉 부르주아지였다. 이들은 자유를 부르짖었지만 권력의 중심이 된 이후 빈부 격차를 방관하고 노동자를 억압했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며 “점차 반혁명적 기득권층으로 변하는 부르주아지가 혁명을 다루면서도 엘리트 취향으로 가득한 역사화를 그렸다”고 해석한다. 이쯤 되면 ‘자유의 여신’이 마냥 장엄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누가 그렸을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밀레의 ‘이삭줍기’를 보자. 저자는 그림 속 전원풍경에서 부르주아지와 농민의 일촉즉발 갈등을 읽어낸다. 무슨 얘기냐고? 1857년 이 그림이 프랑스에서 발표됐을 때 평론가들은 ‘선동적이고 불온한 그림’이라고 악평했다. 이삭줍기로 연명하는 빈농의 모습과 황금색으로 빛나는 곡식이 대조되면서 빈부격차를 고발하고 노동자를 암묵적으로 선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밀레가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되려 평론가들의 호들갑이 당대의 계급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이밖에 고대 성전부터 유럽 절대군주의 초상화, 현대의 광고 포스터까지 찬찬히 읽어나가며 경제 코드를 짚어준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사회와 접점도 찾아본다. ‘경제학이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색다른 시각으로 성실하게 답변하는 책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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