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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도깨비 한·일전 … 누가 셀까

중앙일보 2014.06.21 00:19 종합 24면 지면보기


도깨비,

파란 불꽃을 지켜라!

윤숙희 지음, 김고은 그림

주니어김영사

96쪽, 9000원




어느 나라 어린이나 고유한 도깨비 이야기를 한 두 자루 품고 산다. 할머니나 어머니 무릎 베고 듣던 ‘도깨비 불’ 민담은 오싹하게 무섭기도 하지만 때로 신비한 환상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죽음이나 영혼에 대한 개념을 어린 마음이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솜사탕 구실을 하는 지혜의 샘이다.



 신화가 그렇듯, 도깨비도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 나라 도깨비는 뿔이 없고 사람들 가까이 어울려 사는 착하고 친근한 이웃이다. 몽당 빗자루나 신령한 큰 나무처럼 이런저런 생활 주변 물건으로 둔갑해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도움도 준다. ‘오니’라 불리는 일본 도깨비는 뿔이 돋은 무서운 모습으로 방망이를 들고 다닌다. 괴이한 자연 환경 속에서 신묘한 힘을 자랑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읽기 쉽게 풀어 쓴 이 동화는 무대를 제주도 한라산으로 옮겨 한국 도깨비와 일본 도깨비가 한 판 붙는 설정으로 재미를 더했다. 어른들 일이라 해도 한·일 간 복잡한 외교문제를 보고 듣게 되는 아이들 눈높이를 배려한 지은이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방망이로 돌 만드는 재주밖에 없는 도깨비 바우부리가 친구 도깨비들과 힘을 모아 일본 도깨비들로부터 지켜내는 ‘파란 불꽃’은 무엇일까. 어린 독자들 눈은 아마도 3000년 된 비자나무 속에 살면서 어린 도깨비들을 훈련시키는 할망의 다음 한마디에 꽂히지 싶다. “마음속으로 불꽃을 키우면 네 힘도 강해지고 소원도 이룰 수 있을 거다.”



 윤숙희 작가는 몇 해 전 한라산에서 길을 잃고 직접 본 파란 불꽃을 따라간 신나는 체험에서 이 이야기를 지었다고 썼다. 장난꾸러기 재주꾼 도깨비 다랑쉬, 씨름 좋아하는 외다리 도깨비 겅중이 등 자기만의 도깨비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만날 수 있다고 권한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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