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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⑪ '월급 23억 원' 브라질의 스포츠 앵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20 07:52






"네이마르! 공 잡았습니다. 슛~, 아~ 빗나갔네요."



브라질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던 날 브라질 이구아수의 숙소에서 현지 TV 중계를 보고 있었습니다. 시끄럽게 경기 중계하는 건 한국이나 브라질이나 똑같더군요(최근 화제가 된 '돼지바' 광고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옆에서 함께 TV를 보던 현지 가이드가 제게 묻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렇게 스포츠 중계하는 사람들, 돈 얼마나 받아요?"



"글쎄요. 유명한 축구선수나 외부진행자들은,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이 받지 않을까요? 방송사 소속이면 그냥 일반 회사원 만큼 받고요."



현지 가이드는 희미한 미소를 띄며 제게 되묻습니다.



"그럼 저기 TV에 나오는 나이 들어 보이는 진행자, 얼마나 받는 것 처럼 보여요? 저 방송사 소속인데."



TV 안에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빗어넘긴 브라질 남자가 활짝 웃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받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나 싶어 좀 넉넉히 불렀습니다.



"연봉 10억?"



"아뇨. 23억, 연봉이 아니라 월급이요."



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월급이요?"



"네 월급이요. 매달 23억씩 받아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에이. 말도 안돼요."



현지 가이드는 곧바로 기사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한 달에 23억 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월급 받는 남자'









진짜였습니다. 간단히 기사 내용을 소개합니다.



'글로보TV에 고용된 가장 운 좋은 사람, 브라질 월드컵의 공식 목소리, 그는 바로 가우바옹 부에노. 매달 23억 원의 월급을 받는 남자. 독자들이여 우리는 단지 월급만 얘기하고 있다. 광고 인센티브는 뺀 금액임을 알려드린다.' 지난달 27일자 기사였습니다.



월급 23억 원이면 연봉으로는 280억 원쯤 됩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연봉이 센 편인 LA 다저스 잭 그레인키와 거의 동급입니다. 방송사 글로보TV와 4년 재계약에 합의했다는데, 4년간 받는 돈이 1100억 원이 넘습니다. 방송경력이 30년 이상이라고 하니, 그간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냥 인상 좋은 아저씨 같은데 한달에 23억 원을 버는 스포츠 앵커라니, 도대체 그가 누군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이름은 가우바옹 부에노, 나이는 63세,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다 30살이 되던 1981년 처음 방송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글로보TV 신입직원으로 말이죠. 그리고 실력을 인정받아 입사 1년 만인 1982년 월드컵 중계를 맡았다고 합니다.



10년 뒤 다른 방송사로 이적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친정인 글로보TV로 돌아왔는데, 이 때 연봉을 천문학적으로 올려 받았다고 하네요. 월드컵, F1 등 브라질의 주요한 대회 중계는 거의 다 이 남자가 진행했다고 보면 된답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주요 경기엔 '월급 23 억원의 남자' 가우바옹 부에노가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에게 월급 23억 원을 주고도 방송사가 운영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그럴만 했습니다. 그가 속한 글로보TV는 브라질 최대 규모의 방송사로, 매일 1억 2천만 명이 시청합니다. 미국의 CBS, NBC에 이은 세계 3위의 대형 방송국입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우리 돈으로 5조 1000억 원이 넘는다네요.



아무리 그래도 월급 23억 원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함께 술자리를 한 브라질 현지 주민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받을 만하니까 받는 거 아니겠어요? 가우바옹 부에노는 브라질 스포츠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월드컵 하면 그의 진행이 떠오를 정도죠. 회사에 그만큼 돈을 벌어주니까요."



또 다른 브라질 주민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가우바옹 부에노가 한 달에 버는 돈만 기부해도 어린이들과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예요. 한 달 만 기부해도 23억 원입니다."



듣고 있던 다른 브라질 주민이 이렇게 받아칩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에게 기부하라고 압박하지 마세요. 무능한 정부를 욕하세요. 세금은 많이 걷으면서 아이들의 교육과 의료시스템에 돈을 쓰지 않는 브라질 정부를 탓하세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가우바옹 부에노가 받는 월급 23억 원은 글로보TV가 주는 게 아닙니다. 글로보TV에 광고하는 기업의 물건을 사줌으로써 당신이 그에게 돈을 주고 있는 겁니다."



지금도 TV에는 활짝 웃고 있는 가우바옹 부에노의 얼굴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난히 그의 얼굴을 크게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 최고의 스타 네이마르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스포츠 앵커입니다.



포르투갈어를 알아듣지 못해서인지 아직 저는 그의 매력에 빠지지 못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월급 23억원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런지요.



온라인 중앙일보.JTBC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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