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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교육부 명령 거부" … 교육 현장 충돌 예고

중앙일보 2014.06.20 03:12 종합 5면 지면보기
서울행정법원이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판결하자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다. 노조 전임자 학교 복귀 등 교육부 후속조치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당선자도 있어 교육부와의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엇갈린 지침 … 법정싸움 가능성
충북 김병우 “대법 판결까지 유보”
13명 중 8명 전교조 출신 … 공조 전망
일선 학교 "결국 학교·학생만 피해"

 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최종 판결 전까지 교육부의 모든 행정조치 이행을 유보하겠다”며 “12명의 다른 진보교육감들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전임자 학교 복귀와 사무실 반납, 단체교섭 중단 등 교육부가 이날 내린 후속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교조 충북지부장 출신인 그는 “법외노조화는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려는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보복이며 악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서 휴직 사유가 없어진 만큼 전임자들이 다음 달 3일까지 복귀하도록 명령하라는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6·4 지방선거에서 뽑힌 진보교육감 13명 중 민병희(강원)·장휘국(광주)·김승환(전북)·장만채(전남) 교육감 등 네 명은 재선에 성공해 집무 중이다. 나머지 진보 당선자 9명은 다음 달 1일 취임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요구한 후속조치는 새 당선자 취임 전에 시행에 들어간다”며 “당선자가 취임 후 조치를 번복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자 복직 문제는 교육부가 교육감에 위임한 업무다. 교육감이 따르지 않으면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고,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으면 고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나머지 조치는 교육감 자치업무로 분류돼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아도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진보교육감 당선자 다수는 전교조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법외노조가 되더라도 교원단체인 것은 변함이 없으니 계속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 당선자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무실 임대 지원 같은 것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임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선 “관련 법규를 검토하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법적으로 안 된다는 건 어쩔 수 없고, 재량으로 가능한 게 있으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시작으로 진보교육감과 교육부의 마찰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 당선자 13명 가운데 8명이 전교조 지부·회장을 지냈고, 그중 7명이 해직 교사 출신이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지난 16일 법원에 탄원서를 내고 “전교조가 법외노조화하면 교육 현장은 큰 갈등과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도 “ 대립의 골이 심화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보교육감들은 전국 유치원·초·중·고생의 84.5%인 605만여 명의 교육을 좌우한다. 전체 시·도교육청 예산(55조원) 중 45조9000억원을 주무르고 교원 30만 명의 인사권도 행사한다. 서울 한 중학교 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같은 사안에 서로 다른 지침을 내릴 것 같은데,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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