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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자유 없는 공자학원" 미국서 퇴출 운동

중앙일보 2014.06.20 02:13 종합 18면 지면보기
중국 정부가 중국어와 중국 문화 보급을 위해 각국에 설립 중인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교수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가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을 운영 중인 대학에 학원을 폐쇄하거나 운영 규정을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AAUP는 학문의 자유 수호를 목적으로 1915년 창설된 단체다. 4만7000여 명의 교수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중 가이드라인 따라 교원 채용
수업 때 달라이 라마 등 금기
미 교수협 "폐쇄하라" 성명

 AAUP는 성명에서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학문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며 교내에 학원 설립을 인가한 대학들이 교원 채용과 학원 운영, 커리큘럼 설정에서 중국 정부가 설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름으로써 학내 기구의 독립성과 교원들의 존엄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협상할 경우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서방의 가치관을 정확히 반영하도록 학원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자학원은 중국의 언어와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전파할 목적으로 중국 정부가 해외에 설립 중인 기관이다. 2004년 11월 서울에 최초로 설치된 이후 10년 만에 120개국에서 440개의 공자학원과 646개의 공자과당(課堂·초중등 과정)등 1000곳 이상의 공자학교가 생겨났다.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 등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대학 내에 설치하는 건 공자학원뿐이다. 중국 국무원 교육부 산하 국가한판(國家漢辦)이 학원을 관리하고 베이징어언(語言)대학이 교육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국가한판 측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내년엔 학원 수가 5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꺼리는 이슈에 대한 통제가 언론·학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적 전통과 마찰을 빚어오기도 했다.



 북미 지역에선 지난해부터 공자학원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내 공자학원의 중국계 직원이 ‘학원 측이 나에게 파룬궁(法輪功) 수련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며 문제를 삼은 일이 계기였다. 파룬궁은 중국 정부가 사교(邪敎)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후 대학 측은 공자학원의 채용 규정이 캐나다의 인권 규정에 위배된다며 학원을 폐쇄했다. 지난 5월엔 시카고대 교수 108명이 폐쇄 청원 서명을 AAUP에 제출했다. 마이애미대에서 중국 정부와의 외교정책에 대해 가르치는 준 드레이어 교수는 “공자학원 수업 땐 달라이 라마를 언급해선 안 되고 티베트, 대만, 중국 군사력 증강, 지도부 내 파벌 등도 금기 주제”라며 “공자학원을 설립한 대학들이 앞장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명칭은 공자아카데미다. 양재동 서울공자아카데미와 전국 대학 23곳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공자아카데미 관계자는 “언어 교육이 80~90%를 차지하고 있고 문화 강좌는 중국 음식·음악 등 정치색이 없는 내용들”이라며 “한국에선 그런 일로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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