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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기고] 온실가스 감축이 메가트렌드다

중앙일보 2014.06.20 00:31 종합 29면 지면보기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찬반 논쟁이 다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과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한결같이 추가 비용과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 1,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앞서 간다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스스로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의 실제 동향은 이러한 우려를 군색하게 한다. 올해 4월 미국 대법원은 공화당과 산업계가 ‘석탄 전쟁(war on coal)’이라 명명한 행정소송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손을 들어 줬다. 청정대기법을 통한 석탄화력발전소 오염물질 규제가 가능하다는 최종 법적 판단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법적 도전을 극복하는 청신호가 됐다.



 이에 탄력을 받은 미국 환경청은 지난 2일 ‘청정발전(發電) 계획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 가동 중인 화석연료 발전소의 온실가스를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30%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미국 전체 배출량의 약 12%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배출권거래제를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더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40% 감축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주요 도시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데서 나아가 2016년부터 탄소배출량 상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예 온실가스 배출 상한을 만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재앙, 생태계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변에서 현실이 됐다.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 위기와 국제적 책임에 대한 준비이자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사회적 편익을 높이는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12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5)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가 20년 이후 신(新)기후체제에서 국제적 책임에 동참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국가 감축 목표의 65%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국제적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혁신과 신생 비즈니즈 기회를 동반한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래서 더욱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에서 에너지 집약적 산업, 저탄소 경제로의 체질 개선을 미뤄서는 안 된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의 생산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 감소 등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은 경쟁체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듀폰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저탄소체제의 선도자로서 이익을 얻고 있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점차 높아지는 글로벌 스탠더드 하에서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할당된 감축 목표를 경제적이고 유연하게 달성하도록 하는 제도다.



 EU는 배출권거래제 시행 후 저탄소 기술 특허건수가 시행 전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 유럽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저탄소산업은 연 4% 성장해 관련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했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 구조의 혁신을 촉발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배출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미세먼지 등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국제응용시스템 분석연구소(IIASA) 발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으로 초미세먼지(PM 2.5) 배출로 인한 건강 손실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온실가스 감축안을 통해 1500억 달러에 이르는 기후·건강 개선효과가 기대되고 6600명에 이르는 조기 사망자를 예방하며 15만 명의 어린이 천식 발작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 왔다고 해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다른 나라에서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래야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미래의 비즈니스 환경을 좌우할 ‘메가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징후는 이미 익숙해졌을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는 애써 모른 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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