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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 남성을 세운 복제약 전성시대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19 09:33



실데나필 복제약 팔팔, 비아그라 꺾어 … 내년엔 시알리스가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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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복제판이 원판을 눌렀다. 화이자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같은 효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복제약(제네릭)이 비아그라의 빈 자리를 차지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대표 주자인 비아그라는 1999년 한국에 출시된 이후 2012년까지 실데나필 계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처방량 1위를 지켰다. 비아그라는 세계 120개국 3500만명 이상의 남성이 복용해 1초당 6정이 판매된다는 ‘수퍼 신약’이었다. 하지만 복제약 출시 이후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은 한 순간에 쪼그라들었다.



약국처방조제 기준 의약품 유통데이터 IMS NPA에 따르면, 2012년까지 실데나필 성분 발기부전 치료제 1위였던 비아그라는 지난해 한미약품 복제약인 팔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은 29%에서 19%로 축소됐고, 팔팔은 8%에서 20%로 확대됐다. 같은 실데나필 계열로 동아제약이 만든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 점유율은 4% 감소했다. ‘비아그라와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라는 점 때문에 팔팔이 자이데나의 점유율 일부를 잠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값은 싼데 효능은 별 차이 없어



이 같은 현상은 비아그라 물질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미 예상됐다. 2012년 5월 17일 비아그라에 대한 물질특허가 만료됐다. 복제약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3000억원(일반 유통경로 1000억원과 비공식 유통경로 및 블랙마켓 2000억원 규모)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뒤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특히 복제약 제조에 유독 강한 한국 제약사에게 기회가 됐다. 당시 의약계 리베이트 비리와 약가 인하 등으로 구조조정위기에 몰렸던 한국 제약사는 비아그라 복제를 돌파구로 보기도 했다.



복제약은 오리지널과 같은 성분으로 유사한 효능을 발휘한다. 미세한 성분 배합비율이나 제조공정 상의 기술력 차이 등은 있다. 하지만 효능이나 부작용이 크게 달라질 만큼의 오차가 나오지는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비아그라 오리지널의 100mg 1정의 가격은 약 1만3000원(실소매가 1만5000원 내외)이다. 이에 비해 같은 용량의 한미약품의 팔팔정은 1정에 약 2500원에 불과하다. 5.2 분의 1가격으로 같은 효능의 약이 나온 것이다.



비아그라 특허 만료 직후 약 40여개 관련 복제약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하지만 비아그라 복제약 모두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발기부전 치료제 전체 처방량 1613만정의 74.4%를 상위 5개 제품이 점유했다. 5개 제품 중 비아그라 복제약은 한미약품의 팔팔뿐이다. 수퍼 신약을 복제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팔팔은 2012년 6월 출시 1달 만에 26만5192정의 처방량을 기록했다. 출시 직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의 비아그라(10만4657정)와 시알리스(20만9093정)를 모두 추월했다. 지난해도 처방량 상승세는 이어져 연간 500만정을 판매했다. 이는 전체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량의 3 분의 1에 해당한다. 매출로 보면 지난해 3월 8억6864만원으로 비아그라를 앞질렀다.



팔팔을 만든 한미약품은 복제약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비결을 마케팅에서 찾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제품명 ‘팔팔’이 기억하기 쉽고 다른 복제약과 차별화됐다”고 말했다. 다른 복제약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인 ‘비아그라’의 제품명 일부를 차용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이것이 복제 제품임을 더 부각시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용량을 다변화한 것도 주효했다. 일반 발기부전 치료제는 100mg을 1정으로 판매하는데, 실제 실데나필의 허가 권장기준은 1일 25~50mg이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1정을 2분의 1이나 4분의 1로 쪼개 사용해 왔다. 한미약품은 이런 점에 착안해 25m g, 50mg(2500원대), 100mg(5000원대)으로 제품을 다양화했다. 또 물 없이 씹어서 복용할 수 있도록 츄정 형식의 제품도 내놨다. 이에 따라 1정당 판매가격이 더욱 저렴해지는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한편, 내년 또 한 번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매출 기준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릴리의 알리스의 물질특허가 2015년 9월 3일 만료된다. 시알리스는 실데나필을 기반으로 한 비아그라와 달리 타다라필을 성분으로 한다. 한국릴리가 아직 타다라필에 대한 물질특허를 유지하고 있어 시알리스에 대한 복제약은 나오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의 제약사들은 이미 타다라필 관련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 중이다.



시알리스에 대한 물질 특허가 풀리자 마자 시장에 복제약을 내놓기 위해서다. 올해 시알리스 제네릭의 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제약사는 경보제약·대웅제약·삼아제약·서울제약·신풍제약·일동제약 등이다. 지난해 이미 개발에 착수한 제약사는 한미약품·바이넥스 등이다. 한미약품과 서울제약은 비아그라 제네릭과 시알리스 제네릭을 모두 개발·판매할 계획이다.



물질특허 만료돼도 용도특허 논란 가능성



하지만 시알리스 복제약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아그라처럼 특허 관련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시알리스는 물질특허 외에 2020년 4월 26일까지 용도 특허를 가지고 있다. 비아그라의 화이자도 물질특허 만료 직후 용도특허를 두고 CJ제일제당·한미약품 등과 소송을 벌였다. 특허심판원이 2012년 5월 30일 한국 제약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아그라 복제약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용도특허는 어떤 물질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한 경우에 주는 특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 중 물질특허와 별도로 발기부전 치료 용도에 한해 2014년 만료되는 용도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특허명세서에서 구체적 실험 결과를 통한 용도를 기재하는데 미흡했다며 용도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시알리스 역시 유사한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용도특허가 인정되면 시알리스 복제약을 준비하는 제약사들은 지금까지의 개발비용 등을 일거에 날릴 수도 있다. 특허가 인정되지 않으면 또 한 번 복제약 시장에서 ‘빅 찬스’를 얻을 수 있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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