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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월급 15만원' 육군병장의 한방

중앙일보 2014.06.19 02:11 종합 1면 지면보기



몸값 277억 베테랑 거미손 … 연봉 178만원 창이 뚫었다
이근호 첫 골 러시아와 비겨
4년 전 대표 탈락 설움 날려
23일 새벽 알제리와 2차전















‘다시 일어서리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축구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 내건 플래카드 문구다. 러시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 H조 1차전이 열린 이곳에서 붉은악마는 세월호 사고로 다친 우리의 마음을 월드컵을 통해 치유하고, 희망을 찾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라운드에서 붉은악마의 뜻을 구현한 건 후반 교체 투입된 ‘육군 병장’ 이근호(29·상주 상무)였다. 후반 11분 박주영(29·아스널)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이근호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23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상대 아크 부근으로 드리블 돌파한 뒤 좌우 측면으로 쇄도하는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을 향해 패스하는 척하며 수비수를 따돌리고는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28·CSKA 모스크바)가 팔을 뻗어 막으려다 놓쳐 볼을 흘리는 행운이 더해지면서 한국의 첫골이 만들어졌다.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2·제니트)가 후반 29분에 동점골을 넣어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근호는 러시아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얻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
 이근호의 골은 4년간의 절치부심이 빚은 결정체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 유럽 전지훈련에 동행했지만 안정환에게 밀려 개막 보름 전 확정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세 골을 터뜨려 허정무 당시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한동안 이근호의 주변 사람들에게 ‘월드컵’은 금기어였다.



  꺼져버린 듯했던 이근호의 월드컵 열망은 2012년 울산 현대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다시 피어났다. 같은 해 군 입대와 함께 상주 상무 유니폼을 입은 이후에도 월드컵을 향한 몸 만들기는 이어졌다. 지난 3월 왼쪽 무릎을 다쳐 또 위기가 찾아왔지만 수술을 피하고 독하게 재활에 매달린 끝에 정상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근호는 대표팀에서 벤치 멤버다. 현역 군인으로 그가 받는 병장 1호봉 월급(14만9000원)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178만8000원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736명 중 무적(無籍) 선수를 제외하고 최저 연봉이다. 그래도 이근호는 의욕으로 가득하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내게 출전 시간이 주어진다면 30분이든 40분이든 90분처럼 뛰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이근호의 활약으로 한국의 본선 16강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알제리와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은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다.



쿠이아바=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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