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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임명동의안 귀국 후 결정" … 고심하는 박 대통령

중앙일보 2014.06.19 01:57 종합 5면 지면보기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국민 여론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강행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우즈베키스탄에서 “박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수석들로부터 국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총리와 장관 임명동의안·인사청문요청안은 귀국해서 재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순방 중엔 경제·외교 이슈에 집중하고 총리·장관 임명동의안은 귀국해서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재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결 전망 어둡고 연속 낙마 부담
문 "대통령 올 때까지 차분히 준비"

 박 대통령은 21일 밤 귀국한다. 22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일러도 23일은 돼야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귀국해도 재가를 한다는 게 아니라 재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문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제출을 계속 늦추고 있는 건 현실적으로 총리 인준동의안 표결 전망이 어둡다고 보기 때문이란 게 여권의 해석이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 지명 이후 당 지지율이 급락해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 11일 45.1%에서 17일 38.1%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새정치민주연합은 35.8%에서 36.3%로 올랐다. 그래서 새누리당 일각에선 문 후보자의 사퇴를 유도해 빨리 국면 전환을 꾀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현재의 여론 추이를 감안하면 인준안 부결은 불 보듯 뻔한데, 청와대가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연거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당연히 인사 실패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될 것이고 그 대상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될 게 뻔하다. 그럴 경우 현 여권의 중심축인 김 실장의 진퇴를 둘러싼 권력 갈등이 고조되면서 박 대통령은 또 다른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고민은 또 있다. 문 후보자 발언의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해명의 기회 없이 문 후보자를 도중하차시킬 경우 진보진영의 프레임에 말려 대표적 보수 논객을 스스로 주저앉히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문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객관적 검증을 받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문 후보자는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순방 중인데 성과가 많은 것 같다”며 “대통령이 돌아오실 때까지는 저도 여기서 차분히 앉아서 제 일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 후보자 측에선 박 대통령의 정확한 진의가 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후보자를 국민 앞에 내민 것 자체가 국민 모독이고 역사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인사검증을 책임진 비서실장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새누리당도 지난 일주일 동안 국민을 대변하지 못한 점, 당 내부의 바른 목소리를 제압하려고 시도했던 점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글=김정하·허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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