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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쇠락하는 런던 금융가에 '위안화 허브' 선물

중앙일보 2014.06.19 01:42 종합 10면 지면보기
17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 [로이터=뉴스1]


부활을 노리는 영국 런던 금융 중심가 ‘더 시티’가 중국 위안화를 돌파구로 선택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런던에 위안화 청산결제거래소를 설치한다는 최종 합의문에 사인했다. 영국을 방문한 리 총리가 들고 온 140억 파운드(약 24조원)짜리 26개 경제협력 방안 중 하나다. 더 시티가 가장 고대했던 선물이다. 더 시티의 마크 볼릿 대표는 이날 “런던에서의 위안화 시장 확대와 위안화 국제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중국과 영국 간 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환영 성명을 냈다.

유럽 ↔ 중국 직거래 창구 1호 선점
영국, 신흥국 교역 확대 가능해져
중국, 위안화 국제화 교두보 마련



 위안화 청산결제거래소는 위안화를 직거래할 수 있는 공식 금융창구를 말한다. 유럽 기업이 중국과 무역할 때 위안화로 직접 결제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중화경제권(중국·홍콩·마카오)이 아닌 지역엔 청산결제거래소가 아직 없다. ‘유럽 1호’ 거래소 설립을 두고 런던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룩셈부르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리 총리 방문을 계기로 런던은 절차에서 한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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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위안화 유럽 전진기지로 안방을 내주는 데 전력을 다한 이유는 따로 있다. 더 시티의 부활이다. 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다. 국제금융 패권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넘긴 지는 오래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출 강국 독일에 치이고 금융규제 완화로 무장한 룩셈부르크에 밀릴 위기다. 리보(런던은행 간 거래 금리) 조작에 금·은 가격 조작설까지 더 시티가 각종 금융 추문의 중심지로 부각되며 사태는 악화됐다. 금리와 금·은 시세 기준점으로서 더 시티가 100년 넘게 지켜온 위상은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더 시티가 돌파구로 삼은 게 외환시장의 ‘신성’ 위안화다. 지난해 4월 통화 가운데 0.69%(13위)에 그쳤던 중국 위안화 결제 비중은 올 4월 1.43%(7위)로 빠르게 늘었다. 달러·유로·파운드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는 일본 엔화(2.35%)를 위협할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안화 허브 유치로 영국이 얻을 이익은 신흥국 교역 확대 등 다양하다. 무엇보다 국제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을 재건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토대는 닦여 있다. 런던에서 하루 거래되는 위안화 규모는 150억 위안(약 2조5000억원)이 넘는다. 중국·홍콩 다음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 온 중국으로서도 런던에 교두보를 설치하게 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보조를 맞춰 “19일부터 상하이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와 파운드화 직거래를 허용한다”고 18일 발표했다.



 한국 역시 위안화 허브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위원은 “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통화 허브 구축은 정부의 추진 의지, 국가 간 긴밀한 협력, 시장 활성화가 함께 맞물려야 가능한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추진한 엔화 국제화에 맞춰 한국 내 원-엔 직거래 창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시장 형성이 잘 안 돼 실패한 전례가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



◆더 시티=정식 명칭은 ‘더 시티 오브 런던(The City of London)’. 영란은행을 비롯해 영국 주요 금융사가 몰려 있는 런던 행정구역을 말한다. 런던 금융계를 통칭하는 단어로 더 많이 쓰인다. 영국판 월스트리트다. 역사는 미국 월스트리트보다 훨씬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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