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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부실 검사' 선박안전공단 꼴찌

중앙일보 2014.06.19 01:39 종합 12면 지면보기
오영호 사장(左), 임승빈 원장(右)
18일 발표된 ‘201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경영실적이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못 미치면 그동안 예고했던 대로 과감하게 채찍을 휘두르고 나서면서다.


A등급 기관 수 16개 → 2개로
파업 철도공사 C서 E로 추락

 공공기관은 그동안 “설마” 하고 있었다.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이 이번에도 집권 초기에 개혁을 주문했지만 반발하면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예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평가의 뚜껑이 열리자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올 게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층 강화된 평가 결과를 근거로 연봉이 뭉텅 잘려나가는 실질적인 ‘페널티’가 크게 확대되면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경영평가를 준비하면서 교수·회계사 156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에 평가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부채과다와 방만경영에 대한 감점 요인이 커지면서 117개 전체 평가대상 기관의 등급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파업을 벌인 철도공사는 C에서 E로, 복리후생이 과다한 한국거래소는 D에서 E로, 세월호 안전 검사를 허술하게 한 선박안전기술공단이 A에서 E로 전락한 게 대표적이다.





 이 결과 A등급 기관 수는 16개에서 2개로 줄었다. 전체 기관 가운데 차지하는 A등급 비율은 14.4%에서 1.7%로 뚝 떨어졌다. 경영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는 A등급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게 됐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반면 성과급을 통해 실질적인 채찍이 가해지는 D·E등급은 16개에서 30개로 배로 불어났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D·E 등급을 두려워하는 것은 연봉 삭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연봉은 기본금과 경영평가 결과에 연동된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지급 기준이 느슨해 그동안 사실상 연봉에 포함되는 관행이 굳어져 있어 성과급을 못 받으면 타격이 크다.



 지난해 C등급 이상을 받아 성과급을 받았으나 이번에 D등급 이하를 받아 성과급을 못 받게 된 기관으로는 토지주택공사(LH)·가스공사·철도공사·석탄공사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이번부터 부채 관리를 위한 자구노력이 부족하면 C 등급 이상을 받아도 성과급을 제한하는 규정이 처음 적용됐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수자원공사·도로공사·석유공사·철도시설공단·광물자원공사는 재무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성과급 50%가 삭감된다. 기관장 기본연봉이 1억3000만원인 경우 성과급 6200만원의 절반이 잘려나간다.



 공공기관을 향한 개혁의 채찍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기관장 해임건의 대상이 14개 기관에 달하는데도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그친 것은 기관장 임명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규정에 따랐다. D 등급을 2년 연속 받거나 E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이 건의되므로 이들 기관이 내년에도 D·E 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취임 2년도 안 돼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따라 9월 말까지 과다 부채와 과잉 복리후생을 줄이지 못하는 기관의 기관장은 이번 경영평가 결과와는 별도로 10월 중 추가로 해임이 건의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최경환 부총리 내정자가 공공기관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개혁조치가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공공기관 경영평가=공공기관의 공공성·효율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1984년부터 도입됐다. 평가 대상은 전체 304개 공공기관 중 주요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87개를 포함한 117개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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