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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영동대로·해운대 … 5만8000명 "대~ 한민국"

중앙일보 2014.06.19 01:32 종합 14면 지면보기



일부 기업은 직장서 단체 응원
세월호 의식 '음주·노출 자제'





“그렇지!” “와~!”



 18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객실 안. 조용하던 실내가 사당역을 지날 때쯤 갑작스러운 함성과 환호성으로 떠들썩해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러시아의 브라질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후반 23분 이근호 선수가 골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외친 거였다. 일부는 손을 불끈 쥐고 있었고 일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6분 뒤 러시아가 동점 골을 터뜨리자 이번에는 “아~” 하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오전 7시에 시작된 러시아전은 출근시간과 겹친 ‘아침 월드컵’이었다. 일부 기업들은 회사에서 단체응원을 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민은 통근 지하철·버스 등에서 DMB로 경기를 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환호성과 탄식이 시간차를 두고 튀어나오는 기현상도 연출됐다. 스마트폰 종류와 통신사마다 방송 수신 속도가 달라서였다. 회사원 한수연(30·여)씨는 “우리나라 골 상황에서 DMB 방송이 몇 초 늦게 수신돼 옆칸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걸 듣고 먼저 알았다”며 “동점 골 순간에도 주위의 탄식 소리보다 한발 늦게 화면이 떠 김이 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새벽부터 열띤 거리응원을 펼쳤다. 붉은악마가 주최한 서울 광화문광장 응원엔 1만8500여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일부 시민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직장인 송정수(34)씨는 “축제 분위기에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 리본을 달았다”고 말했다. 붉은악마는 응원 전 홈페이지에 “광장에서 음주와 과도한 노출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2만4000여 명이 모인 강남 영동대로에선 가수 싸이가 오전 6시부터 40여 분에 걸쳐 ‘강남스타일’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대학생 김명화(23)씨는 “새벽 2시부터 친구들과 치킨을 먹으며 밤을 새웠는데 비겨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산 해운대, 인천 문학경기장, 광주 월드컵경기장 등에서 1000~4000명의 응원단이 모여 대표팀의 승리를 응원했다. 초·중·고생들도 응원 열기에 동참했다. 경기도 고양중학교를 비롯한 상당수 학교는 학생들이 집에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등교시간을 1시간가량 늦췄다.



 라이벌이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STX조선해양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마린센터에서 한국인 임직원과 러시아 선주 관계자들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이근호의 첫 골이 터지자 한국인 임직원들은 열렬히 환호했고 러시아 선주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하지만 6분 만에 러시아가 동점골을 넣자 양측의 표정이 서로 바뀌었다.



 경기 시간이 일러선지 전국의 거리응원 참가자 수는 예상을 밑돌았다. 당초 경찰은 10만 명가량을 예상했으나 5만8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 그리스전 때는 100만여 명이 응원에 나섰다.



이승호·고석승·장혁진 기자, [전국종합]



사진설명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열린 18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천 문학경기장, 대전·광주 월드컵경기장 등 전국에서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1만8500여 명, 서울 강남 영동대로 2만4000여 명 등 전국의 붉은악마들은 새벽부터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한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시민들, 서울 명동 계성여고 교실에서 경기중계를 보던 학생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공군기지에 파병 중인 오쉬노 부대장병들이 한국의 첫 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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