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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한 발 안 쏘고 … 쿠르드 분리독립 가시화

중앙일보 2014.06.19 01:22 종합 20면 지면보기
쿠르드 자치정부 소속 보안군이 17일(현지시간) 키르쿠크시 외곽에서 체포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소속 병사를 연행하고 있다. [키르쿠크 로이터=뉴스1]
이라크 내전으로 중동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이 유일한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내 시아파-수니파가 다투는 사이 분리독립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군 떠난 키르쿠크 무혈입성
석유 내세워 경제적 자립 나설 듯
적대 관계 터키도 지지로 돌아서

 분수령은 12일 키르쿠크 장악이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 정부군이 키르쿠크에서 도주하면서 쿠르드군 ‘페슈메르카(쿠르드어로 결사대라는 뜻)’는 총 한 방 쏘지 않고 도시를 차지했다. “키르쿠크를 차지하는 순간 쿠르드족은 독립할 것”이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나올 만큼 이 도시는 문화적·경제적으로 쿠르드족에게 중요하다.



 이라크 인구 3200만 명 중 약 14%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1991년부터 쿠르드자치정부(KRG)를 운영 중이다. 의회·군·경을 갖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있었다. ‘쿠르드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키르쿠크다. 이들이 조상의 땅으로 여기는 키르쿠크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핍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후세인이 이 지역의 아랍화를 추진하면서 20만 명의 쿠르드족이 쫓겨나고 아랍인들이 정착했다.



 이라크전으로 후세인이 축출됐지만 새 정부도 키르쿠크를 놓지 않았다. 매장량 약 100억 배럴로 추정되는 석유 때문이다. 정체성을 위한 명분만 아니라 경제적 독립이 필요한 KRG나,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인 이라크 정부나 키르쿠크는 포기할 수 없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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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에서 KRG가 키르쿠크를 장악한 이상 정부에 반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KRG 천연자원위원회 셰르코 자다트 의장은 “석유는 경제 독립의 열쇠이며, 결국 정치적 독립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키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터키 정부는 터키 내 쿠르드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KRG의 분리독립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입장이 달라졌다. 터키의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은 13일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다른 국가처럼 자기 결정권을 가졌다” 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KRG는 바그다드 대신 터키를 전략적 파트너로 택했다. 터키도 KRG를 기회와 투자의 땅으로 여겼다. 허핑턴포스트는 “터키가 온건한 쿠르드 독립국이 극단주의자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게 낫다고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초 KRG와 터키는 50년간의 석유수출 계약을 맺었다. 쿠르드산 원유를 터키까지 연결된 송유관을 통해 수송하고 수출하는 내용이다. 터키는 KRG의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나 터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전례 없는 호황까지 더해져 분리독립을 주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수니파 국가 수립이 목표인 ISIL의 극단성도 KRG에겐 도움이 된다. 쿠바드 탈라바니 KRG 부총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ISIL이 마을에 들어오지만 큰 해를 입히지 않는다”며 “이들은 누리 알 말리키 정권에 맞서기 위해 시아파만 아니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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