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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넘게 이어진 책의 숲 365일 24시간 개방합니다

중앙일보 2014.06.19 01:09 종합 22면 지면보기
20만 권의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도서관 ‘지혜의 숲.’ 김병윤 대전대 건축학과 교수와 디자이너 김현선씨가 내부 공간을 꾸몄다. [사진 출판도시문화재단]


고개를 치켜 올려야 끝이 보이는 높이 8m의 서가에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모양도 색깔도 주제도 제각각인 책이 담긴 서가는 3㎞ 넘게 이어진다.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중심에 자리잡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들어서면 마치 아름드리 나무가 들어 찬 숲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숲, ‘지혜의 숲’이다.

파주 '지혜의 숲' 오늘 개관



 출판도시문화재단(이사장 김언호)이 19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지식연수원 지지향(紙之鄕) 안에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을 개관한다. 270여 평(약 890㎡)에 이르는 로비와 복도에 서가를 만들고 책을 꽂았다. 유통사와 출판사가 기증한 도서는 물론 석경징(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유진태(재일 역사학자), 유초하(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한경구(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등 학자 30여 명이 보내온 책들도 있다. 기증도서 50만여 권 중 현재 20만 권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지금 당장 필요한 책을 검색해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은 없다. 책도 전통적인 분류법에 따르지 않고 출판사별, 개인 기증자별로 꽂혀 있다. 서가를 산책하듯 거닐다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그냥 꺼내 읽을 수 있는 ‘완전 개가식’이다. 이같은 진열방식은 이용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각 출판사가 지닌 특유의 감성을 확인할 수 있고, 개인 서재를 옮겨온 듯한 개인 기증자 코너에서는 학자들의 학문세계와 관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책을 원할 때 언제나 찾을 수 있도록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단, 대출은 되지 않는다. 책을 검색하고 정리하는 사서가 없는 대신, 방문객을 도와주는 권독사(勸讀司) 제도를 준비했다. 은퇴한 학자 등으로 구성된 권독사는 방문자가 책을 찾는 것을 도와주거나 좋은 책을 추천해준다. 책을 기증한 교수들이 여는 인문학 강좌, 음악회 등 다양한 학술·문화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감시하는 사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혜의 숲’은 파격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책 도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언호 이사장은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독서행위를 확장·심화시키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책의 숲을 거닐다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031-955-3286~7.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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