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상 입고도 태연자약" 삽화 등
김시덕 교수 17~19세기 자료 찾아
『그림이 된 임진왜란』 책 펴내
전쟁소설, 즉 군담(軍談) 작가인 바바 신이(馬場信意)가 1705년 펴낸 『조선태평기』는 이순신을 영웅으로 표현했다. 또 19세기 중반 간행된 『조선정벌기』에는 전투 중 팔에 총을 맞고도 흔들림이 없는 모습의 이순신 장군 삽화가 실려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는 이순신의 활약을 높게 평가한 당시 영의정 유성룡의 시각이 수용된 결과다.
유성룡의 저서 『징비록』에는 “하루는 이순신이 전투를 독려하다 적의 유탄에 왼쪽 어깨를 맞아 피가 팔꿈치까지 흘렀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전투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칼로 살을 찢고 탄환을 뽑았다. 탄환이 몇 치나 파고들어가 있어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낯빛이 변하였지만 이순신은 담소를 나누며 태연자약하였다”는 구절이 나온다. 일본 삽화가 이 대목을 그대로 옮겨 그렸다는 얘기다.
적국의 장수를 영웅으로 묘사한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 교수는 “삽화가 실린 책들이 도쿄나 오사카의 상인 계층, 지방의 부농 등이 즐겨 읽던 전쟁소설이다 보니 그런 설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군이 충분히 강해야 이야기의 대립구조가 선명해지고, 그에 맞서 싸운 일본 장수를 부각시킬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쟁소설에 삽화를 많이 넣는 편집의 특징을 발견하면서 삽화의 배열만으로 임진왜란의 경과를 정리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흥미를 자아내기 위한 소설 속 삽화이기 때문에 사료적 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일부 국내 연구자들이 학술 연구서에 분별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책을 펴낸 것은 그런 점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