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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270분 중 90분 지났을 뿐

중앙일보 2014.06.19 00:52 종합 24면 지면보기
홍명보팀이 리셋(Reset) 버튼을 눌렀다.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 대패(0-4)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상쇄하고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알제리전 마인드 컨트롤은
예선 세 경기는 사실상 한 경기
러시아전 결과 잊고 다 걸어야

 한국 선수들은 패스를 주고받는 움직임이 빠르고 역동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이근호의 골은 대표팀 전체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박주영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후반 10분 이근호가 대신 들어가 골까지 넣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드필더들도 이근호에게 패스할 때 믿음을 갖게 됐다. 이근호의 활약으로 대표팀 공격진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 것은 이번 경기의 수확이었다.



 그렇다고 러시아전 하나로 다 끝났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아직 1라운드(조별리그) 전체 270분은 진행 중이다. 1경기 90분이 아니라 1라운드가 270분으로 연결돼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홍명보 감독도 3경기 270분의 흐름 안에서 팀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나눠서 쓸지를 고민해야 한다.



 보통 1차전에서 모든 걸 다 던져 뛰면 그 관성이 2차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1차전을 잘하면 2차전에서 비슷한 결과를 내고도 실망할 수 있고, 3차전에서 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게 축구다. 따라서 매 경기 승패·득점·실점 등의 상황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저 경기 순간의 상황에 몰입해야 한다. 경기를 잘하는 것은 변수를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여러 변수가 동시에 고려되면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이 걸리적거리게 된다.



 선수들 생각의 프레임도 바꿔야 한다. 결과·목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과정·성장의 프레임으로 봐야 한다. 경기 중에 실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마인드로 들어가면 경기력도 좋아진다. 반대로 ‘또 실수하면 안 될 텐데…’라며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면 실수에 따른 악순환이 이어지고, 그게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팀은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분명히 심리적인 쇼크를 받았다. 현 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인한 관성이 연결돼 온 팀이다. 그러나 가나전 참패로 ‘월드컵은 이전과는 다른 대회’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나전은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270분 전체 중에 초반 90분은 무난하게 갔다. 이제는 90~180분 구간이다. 자신감을 회복한 상황인 만큼 승부를 봐야 할 때다. ‘모든 걸 다 건다’는 생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중앙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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