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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역전패 역적 너, 너, 너 자중지란 빠진 알제리

중앙일보 2014.06.19 00:52 종합 24면 지면보기
유럽 ‘붉은 악마’ 벨기에도 교체 선수로 알제리에 일격 벨기에 빌모츠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18일 알제리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펠라이니(오른쪽)는 5분 뒤 동점골을 넣었다. 펠라이니는 기쁨의 세리머니를 했고, 알제리 골키퍼 엠볼히는 무릎을 꿇었다. [벨루오리존치 AP=뉴시스]


기자회견장이 꼭 청문회장 같았다.

감독은 선수 실력 부족, 오심 탓
언론 "감독의 선택이 경기 망쳐"



 알제리와 벨기에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 기자회견장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알제리 기자들은 바히드 할릴호지치(62) 감독을 강하게 쏘아붙였다. 알제리는 전반 25분 소피안 페굴리(25·발렌시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후반에 체력 문제를 보였고, 후반 25분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5분 드리스 메르턴스(27·SSC나폴리)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펠라이니는 후반 시작과 함께, 메르턴스는 후반 20분 교체 투입됐으니 마르크 빌모츠(45)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셈이다.



 경기 전 알제리 팬의 기대감은 대단했다. 모하메드 리아니(42)는 “새로운 황금 세대가 나왔다. 중앙 미드필더 나빌 벤탈렙(20·토트넘)은 지네딘 지단처럼 성장할 선수”라고 기대했다. 페굴리가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알제리 팬의 환호는 하늘을 찔렀다. 페굴리의 페널티킥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이들은 골망이 출렁이자 “원! 투! 스리! 비바! 알제리!”라고 외쳤다. 알제리 기자들도 서로 얼싸안으며 무려 28년 만에 터진 월드컵 본선 득점을 축하했다. 알제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골이 없었다.



 후반전에 기대는 분노로 변했다. 후반 25분 벨기에의 동점골이 터졌을 때까지도 알제리 팬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기자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알제리 국민 여러분, 골 절 받으세요 알제리 언론은 벨기에전에서 패하자 할릴호지치 감독에 비판을 쏟아냈다. 알제리 선수들이 페굴리(왼쪽 둘째) 골이 터진 뒤 절을 하고 있다. [벨루오리존치 로이터=뉴스1]


 10분 뒤 페굴리가 더브라위너의 태클에 넘어져 공을 뺏겼다. 이 공이 에덴 아자르(23·첼시)에게 연결됐고 역습으로 이어졌다. 아자르는 빈 공간의 메르턴스에게 연결했고, 메르턴스는 강력한 오른발로 역전골을 넣었다. 선제골에 들떴던 알제리 응원단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조용해졌다.



 알제리 기자들은 할릴호지치 감독이 경기 소감을 말하기가 무섭게 지적을 쏟아냈다. 한 기자는 “전반은 잘했는데, 후반은 실망스러웠다. 체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알제리는 월드컵 전에 강력한 체력훈련을 했다. 페굴리가 “훈련이 너무 힘들다”고 언론에 호소할 정도였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담담하게 “우리가 더 많이 뛰었다. 벨기에가 운이 좋아 골을 넣었을 뿐이다. 두 번째 골은 심판이 도왔다”고 했다. 이어 “더브라위너의 태클은 반칙이다. 심판이 제대로 봤다면 두 번째 골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고 승점 1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공을 빼앗겨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한 메흐디 모스테파(31·아작시오) 기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기자가 “왜 중앙 미드필더인 모스테파를 측면 수비수로 배치했나”라고 추궁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눈살을 찌푸리며 “모스테파는 오른쪽 수비수로도 잘 뛰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라며 “1-2로 졌다. 벨기에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선수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을 한 알제리 기자는 씩씩거리며 큰 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벨기에는 교체카드가 먹혔는데 우린 그렇지 못했다”며 감독의 용병술을 지적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당신은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은 것 같다. 우린 아자르나 펠라이니·마르턴스 같은 선수가 없다. 그 비슷한 능력의 선수도 없다”며 “하프타임에 벨기에의 역습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막지 못했다. 그게 우리가 진 이유”라고 답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만, 알제리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월드컵을 마치고 알제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알제리의 함다우 오알리드 기자는 “감독은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고 했는데, 경기는 감독이 망쳤다.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라 토픽 기자도 “첫 골을 넣고 너무 수비에 집중했다. 후반 교체카드도 하나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23일 한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둔 알제리가 흔들리고 있다.



벨루오리존치=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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