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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인류 보편적 가치에 더 관심 갖길

중앙일보 2014.06.19 00:47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국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 달라.”


런던 '성폭력 근절 국제회의' 서 만난 국제형사재판소 송상현 소장

 국제형사재판소(ICC) 송상현(73·사진) 소장의 당부다. ICC는 2003년 반인도적 범죄나 전쟁범죄 등을 다루기 위해 신설됐다. 송 소장은 2009년 한국인 최초로 이 자리에 올랐고 2012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지난주 런던에서 열린 ‘분쟁지역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그와 조우했다. 처음엔 그인 줄도 몰랐다. 분과회의장의 한쪽 편 구석 참관인석에서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어서다. 주최 측도 회의 시작 전에야 그가 있다는 걸 알곤 부랴부랴 가운데 토론자석에 그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날 분과회의에서 한국 외교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 송 소장을 며칠 뒤 따로 만나 회의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기본 인권에 어긋나고 잔인하며 못된 짓이란 인식은 다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곤 “인류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한국은 별다른 참여를 안 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나라라고 보긴 어렵다”며 “평소 정부나 민간전문가, 비정부기구(NGO)들이 보편적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면 위안부 문제가 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와 공조를 제대로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네덜란드는 서구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군 위안부가 있는 나라다.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자국 여성 200여 명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국제사회에서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네덜란드와 같이 (문제제기) 했더라면 파급 효과가 훨씬 있었을 것이다. 요즘 중국이 제기하니까 그나마 세계 사람들이 듣고 있긴 하지만….” 그는 한국 외교에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그는 소장으로서 자신의 일에 대해선 “원론적으론 세계의 대법원장인데 그 일은 3분의 1이고 나머진 조직을 꾸리고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분쟁지역 방문 경험을 풀어놓았다. 그중 하나가 현지직원들과의 만찬 경험이었다. 아프리카에서 국제기구 직원이면 최고의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이었다. 그는 “저녁을 내겠다고 했더니 양 한 마리를 잡자고 하더라. 나중에 보니 그저 펄펄 끓는 물에 양을 삶고 있더라. 양 요리란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요리법을 알 리 없었다. 내가 직원들과 사진을 찍느라 약간 늦게 갔더니 채 핏기가 가시지도 않았는데도 남은 게 없이 다 먹었더라”고 했다. 그만큼 열악하다는 얘기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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