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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유지의 비극과 국가통신망 재난관리

중앙일보 2014.06.19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두 달 넘게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를 겪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가 결합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쑹훙빙의 책 『화폐전쟁』은 정부(왕정)의 무능, 금융가의 탐욕이 지난 100여 년간 우리 인간들의 삶을 파괴하고 괴롭혔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에서 기술되고 있는 금융기업의 탐욕은 정부의 규제와 관리·감독을 무능화시키고, 자신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시장의 투자 기능과 사회배분 기능을 교란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사고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시장 경쟁에서 원가를 비정상적으로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탐욕과 정부의 무능이 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공공성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주어야 할 정부가 이를 이행할 능력이 없거나 이행할 수 없도록 기업들에 포획된다면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회복할 수 없는 공공성의 파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국가 재난 사태 중 하나가 바로 국가 통신망 노후화에 따른 통신 재해 대란이다.



 1994년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KT(한국통신) 민영화 이후 국가통신망 투자라는 국가 핵심 업무가 민간 부문에 넘어가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해묵은 논쟁인 국가통신망의 관리 방식이 정부 주도냐 민간 주도냐, 라는 입씨름을 다시 할 의도는 없다. 다만 국가통신망을 관리해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가 모호하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도 모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통신망 노후화에 따른 국가통신망 장애라는 대재앙만은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통신 3사는 지금 사활을 건 시장분할 전투를 치르고 있다. 통신가입자 확보를 위한 가격정책과 마케팅정책이 주요 화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가통신망이라는 장기적인 투자, 큰돈(비용)이 들어가지만 당장 그 시급성이 낮아 보이는 부문에 대한 투자는 90년대 후반 초고속통신망 구축 사업 이후 사라지게 되었다.



 공공성의 성격이 큰 국가통신망은 20여 년을 거치며 점점 노후화돼 가고 있다. 덩달아 이를 관리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국가 통신망관리의 공공성을 점차 망각하고 있으며, 통신망을 자신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밖에 보지 않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통신사업자들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투자는 최소화하고 산출물은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큰 비용이 요구되는 국가통신망 정비 사업은 차일피일 미루어지게 되고, 단기 성과 창출을 강요하는 통신 시장 환경에서 미래투자는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 당연히 우리의 국가 통신망 사업은 20~25년간 큰 변화 없이 노후화돼 가고 있다.



 그렇다면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는 어떠한가. 국가 핵심시설인 국가통신망 시설에 대한 소유권과 관리권을 민간에 넘긴 정부는 시장 개입 최소화라는 명분으로 국가통신망의 노후화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도 복지예산 증액에 따른 재정 부담 때문에 국가통신망 재정비를 위한 목돈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 대형 인재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여러 문제가 중복되고, 여러 위험신호가 묵과될 때, 어느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충격과 피해가 증폭된다. 또한 사전에 해결이 어렵다는 특징도 공통점이다.



 국가통신망 장애 발생은 곧 국가의 재앙이 될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와 통신·방송이 일시에 멈추어 버리면 우리의 재산, 안전, 생명이 동시에 위협받고 국가 안보에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재난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의 하나로 국가통신망 재해관리를 포함시킨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매뉴얼 수준의 처방에 머무를 위험을 안고 있다. 현재 우리가 우려해야 할 국가통신망 재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국가통신망 관리체계의 부재와 장기투자 부족에 따른 시설 노후화, 그리고 통신망의 경쟁력 약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처럼 통신시장의 과도한 경쟁과 공공성 약화가 이어지면 국가통신망에 대한 장기투자를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또한 통신업계의 단기 수익 추구는 곧 국가통신망 투자 부재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통신망 노후화에 따른 통신장애 대란이 닥치기 전에 국가통신망의 공공성부터 자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과 과감한 조율체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통신 사업자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통신시장의 공공성 유지, 정부와의 협력이야말로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말이다. 공유지의 비극에서 보듯이 참혹한 공멸은 항상 미래를 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을 좇을 때 찾아온다.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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