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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창극 인사청문회' 열려야 한다

중앙일보 2014.06.19 00:32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요청서 제출이 늦춰졌다. 원래 16일에 보내려던 요청서였는데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청와대는 어제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21일)한 뒤에 재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결정은 문 후보자가 지명된 뒤 언론과 정치권에서 그의 역사관 등을 문제 삼아 ‘총리 지명 철회’나 ‘후보자 자진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의 총리로서 적격성 문제는 특정 언론이 그의 교회 강의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해 ‘친일 식민사관’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시작됐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는 학교 강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어떤 야당 인사는 그를 ‘극우 꼴통보수’라는 색깔을 칠했다. 그 밖에 언론 관련 재단 이사장 시절 스스로 석좌교수 추천을 했다는 등의 문제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친일 식민사관 문제에 대해선 동영상 전체를 본 많은 사람에 의해 ‘악의적 편집’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진정성 있는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는 해명을 본인이 한 바 있다.



 이처럼 문 후보자에 관한 쟁점의 대부분은 부정부패나 비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사상, 역사관에 집중돼 있다. 사상은 사람의 머릿속에 그의 인격과 함께 들어있는 것으로 타인이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총리 같은 고위공직 후보자의 역사관은 그의 도덕성과 업무 능력, 자질을 따지기 위해 당연히 검증 대상에 들어가야 한다. 검증의 주체와 방식은 법률과 절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 정치권의 사전 검증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막기 위한 입법부의 견제장치인 동시에 주요 공직자에 대한 최종 검증기관으로서의 입법부 고유 의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에선 “국회 검증 이전에 국민 검증이 끝난 사람” “국민 감정이 안 좋을 때는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생각과 역사관의 문제를 여론으로 재판할 순 없지 않은가. 문 후보자가 총리 부적격자라면 그건 그것대로 인사청문회를 통해 18명 청문위원의 책임하에 판정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라는 법이 정한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본인과 증인, 전문가의 다양한 주장들을 듣고 국회가 직접 판단해야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두 명의 총리 후보가 연속 낙마할 때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거쳤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도 후보자를 스스로 지명해 놓고 인사청문요청서는 국회에 보내지 않는 모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 확신 없이 여론과 정치적 계산에 떠밀려 우왕좌왕하는 불안정한 정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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