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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새 영화진흥위원장은 어디에

중앙일보 2014.06.19 00:31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그 무게를 총리나 장관 인선에 견줄 건 아니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 역시 현재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자리다. 현 김의석 위원장의 3년 임기는 본래 지난 3월 말까지다. 이를 앞두고 연초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나 새 위원장 공모를 진행했는데 모두 무위로 끝났다. 흡족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영화계의 인물난을 탓하는 말도, 영진위의 부산 이전 등과 맞물려 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기대가 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영진위는 좀 독특하다. 단순한 정부기관도, 순수한 민간기구도 아니다.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되 정책적 전문성·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이런 점에서 준정부조직이나 분권자율기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영진위가 탄생한 배경도 영화진흥공사가 담당하던 진흥 업무를 민간에 맡기자는 취지였다. 초기에는 당시 문화관광부가 9명의 위원을 위촉하면 그중에 호선으로 위원장을 뽑았다. 이후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아 현재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복수 후보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원장을 임명한다.



 어떤 방식이든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출범한 1기 영진위는 영화계의 이른바 신구세대 갈등이 불거지며 위원장과 위원들이 줄사퇴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 첫해 출범한 4기 영진위도 무척 시끄러웠다. 차례로 임명된 두 명의 위원장은 영화계와 불협화음은 둘째 치고 각각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거나 지원사업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중도 퇴진했다. 이후 출범한 것이 현재의 5기 영진위다.



 이런 과거가 영화계의 풍토가 유별나서 벌어진 일 같지는 않다. 관이 주도하던 다양한 영역에 민간이 참여해 책임과 권한을 새로 맡으면서 지금까지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수 있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주목할 것은 그 성과다. 영화는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창의가 어우러져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분야다. 영진위는 그 과정에서 영화계의 의견을 모으고 정부에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민과 관의 이분법을 넘어 분권·위임·자율 등을 지향하며 해당 산업을 성장시킨 경험은 여러 시행착오를 포함해 그 자체로 자산으로 삼을 만하다.



 사실 영화계에서는 처음부터 이번 공모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직전에 영화계의 관심이 아주 뜨거웠을 때는 마침 정권이 바뀌고 문화계 다른 여러 자리에 강제 물갈이 바람이 불거나 위원장의 언행이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을 때다. 정치적 외풍이나 갈등이 잦아든 듯 보이는 건 다행스럽지만, 그 많은 영화계 인사 중 6기 영진위를 이끌어갈 마땅한 인물이 나서지 않는 건 안쓰럽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영진위가 새로운 위상을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시점이란 점에서 더 그렇다.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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