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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선생님'과 공부하니 성적도, 우정도 두 배로 쑥쑥

중앙일보 2014.06.19 00:03 10면 지면보기
천안 용암초 5학년 3반 김소연 담임교사가 학급 수학 멘토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채원상 기자



천안 용암초 수학 멘토 프로그램
"멘토 중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친구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 벌어지기도
점심시간에 자발적으로 보충수업"

천안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학 수업시간에 또래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멘토제를 운영해 학력 격차를 해소했다. 천안 용암초 5학년 3반 수학 수업은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여섯 모둠으로 나뉜 친구들의 멘토가 돼 수업을 진행한다.



넉 달째를 맞고 있는 멘토제 수업은 학력 미달 학생들의 성적뿐 아니라 우정도 향상시켰다.



또래 친구들의 눈높이 수업이 다양한 교육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김소연(24) 담임교사와 멘토 학생들을 만났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학력 격차가 있는 편입니다. 문제를 빨리 푸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지요. 이들 모두를 배려하는 수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멘토제를 운영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저 스스로도 놀라고 있어요.” 김 교사의 말이다.



 김 교사는 과거 교생실습을 한 학교에서 비슷한 수업을 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담임을 맡으면 꼭 한번 해보리라”고 마음먹었다. 이후 지난 3월 담임을 맡자마자 이를 수학 수업에 바로 적용했다.



 5학년 3반 학생은 모두 29명이다. 이 중 6명의 학생이 수학 수업시간에 멘토가 된다.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빨리 풀고 답을 맞히면 자신이 맡고 있는 모둠으로 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아이들을 돕는다.



 하지만 정답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개념이나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고, 그래도 어려워하면 보다 쉬운 유사 문제를 내 스스로 문제풀이 과정을 이해하고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김 교사는 “또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을 따로 교육하지는 않아요. ‘정답을 알려주지는 말라’ 정도가 유일한 가이드죠. 그런데 저보다 친구인 멘토들의 설명을 훨씬 빨리 알아듣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멘토 박소정양은 “멘토가 되면 친구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수업도 열심히 듣게 되고 어떻게 하면 쉽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된다. ‘성적이 올랐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으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긴다”고 했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니 이해 빨라



‘혹 친구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 또한 괜한 걱정이었다. 또 다른 멘토 김새얼양은 “친구들과 싸운 적은 없어요. 오히려 성적이 오른 친구가 제 생일 때 ‘고맙다’는 편지를 써 보내주기도 했는걸요”라며 자랑했다.



 멘토 신유리양 역시 “‘동생은 야단치면서 가르친다’는 멘토는 있어도 친구들에게 화 내며 가르치진 않아요. 쉬운 것부터 알려주거나 그림을 그려 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죠. 점심시간을 활용해 보충수업을 하는 친구도 있어요. 이런 노력과 배려를 친구들이 더 먼저 알아주기 때문에 우정도 커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한 달에 한 번씩 멘토를 교체한다. 가르치거나 배우는 학생들 모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움도, 우정도 키우라는 뜻에서다. 지금은 한 달이 지나 멘토를 뽑지 않으면 아이들이 먼저 “왜 멘토를 안 뽑아주느냐”며 성화다. 멘토 중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친구들은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 교사는 “멘토제가 성과를 나타내는 것은 가르치는 아이들이나 배우는 아이들 모두에게 확실한 동기 유발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반뿐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비슷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분명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학교 김태열 교장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기 전까지 학교 선생님 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교사는 친구였다. 선생님보다 쉽게 찾아가 물어볼 수 있고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당국이나 학교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하기보다 개별 학급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수업시간을 활용해 사교육이 해결하지 못한 학력 격차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천안 용암초는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그렇지 못한 교사들의 멘토가 돼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지도해 주는 등 선생님들도 자발적인 멘토제를 운영하고 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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