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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고집으로 키운 콩, 지역 농업 일으켜 세우다

중앙일보 2014.06.19 00:03 9면 지면보기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은 오는 8월 최신식 시설을 갖춘 두부공장을 신축할 예정이다. 한살림두부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채원상 기자


매일 밥상에 올라도 질리지 않는 간편한 식재료가 있다.

아산 푸른들영농조합법인 만드는 '건강한 두부'
"유기농 친환경 콩으로
하루 8000모 두부 생산
위생·납품 철저히 관리"



맛은 물론 영양도 으뜸이다. 다양한 요리로 만들 수 있어 밥상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바로 두부다. 하지만 최근 두부 원료인 콩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문제는 우리 밥상을 불안하게 한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두부를 찾는 주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한살림두부. 이곳 두부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아산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이하 푸른들조합)을 지난 11일 찾았다.



콩은 봄 작물이 끝나는 6월에 파종 준비를 마쳐 장마가 오기 전 심는 농작물이다. 한여름 뙤약볕에 지어야 하는 농사라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자동화기계가 많이 생겨 일일이 손으로 콩밭 잡초를 메는 일은 줄었다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는 노랫말도 있겠는가. 국산 콩은 이처럼 지극한 정성을 들여 농사를 지어도 외국산 콩과 가격 경쟁에 밀려 제값 받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국산 콩을 재배하는 농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콩 재배가 농사의 사양길로 들어서려 할 때 우리 콩 살리기에 나선 농부들이 있었다. 그들은 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을 벌여 콩 농사도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로부터 15년. 그들이 농사 지은 콩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콩나물로, 두유로, 두부로 탈바꿈해 지역 농업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켰다.



푸른들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1999년 지역에서 콩 농사를 짓던 5개 농가가 체계적이고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친환경 콩으로 품질 경쟁력을 갖추자는 데 뜻을 모아 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의기투합해 친환경 콩의 생산 기반은 마련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엔 부족했다. 하나 둘 조합을 이탈하는 농가가 생겼다. 위기를 느낀 푸른들조합은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콩을 많이 소비할 수 있고 구매 수요가 꾸준한 가공품으로 두부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해 2002년 두부공장을 설립했다. 농약이나 성장촉진제 없이 안전하게 콩을 생산해 두부를 만든다는 소식에 관심을 보인 것은 친환경 농산물유통업체인 한살림이었다.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청정 가공품 생산이라는 취지가 맞아떨어지면서 한살림과 푸른들조합은 파트너가 됐다. 푸른들조합은 한살림에 납품하면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익을 조합원에게 나눠주지 않고 지역 농업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했다.



콩을 재배해 두부·두유·콩나물의 가공 원료로 사용하고 콩깍지와 두부 부산물인 콩비지는 축산사료로 활용했다. 여기서 나오는 분뇨는 다시 논밭의 거름으로 사용해 논농사와 밭농사, 축산이 결합되는 지역 생태순환농업 구조를 만들었다. 푸른들조합 최종복(52) 본부장은 “생태순환농업이라는 것이 거창한 게 아니다”며 “아무리 시대가 도시화되고 발전해도 결국 밥상에 오르는 건 옛것 그대로, 작물을 키우는 것도 옛 방식 그대로 원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을 실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멀리 보면 한살림두부 구매가 한 끼 식재료를 사면서 지역 농민들에게 꾸준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8월 신식 설비 갖춘 공장으로 이전



처음 두부공장을 운영할 당시 어려움도 많았다. 두부 생산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기술도 없이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만든 공장이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우리 땅에서 키운 콩으로 정직하게 만든 두부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줬다.



‘건강한 두부’라는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면서 생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현재 하루 8000모가량의 두부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한살림두부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까지 한살림에서 판매되는 모든 두부를 이곳에서 생산했지만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올해부터 일부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넘긴 것이다.



푸른들조합에서 두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콩은 연간 500여t. 아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80여t 전량을 사용하고도 모자라 다른 지역 한살림 생산자와 농협을 통해 수매한다. 친환경 두부이기 때문에 원산지와 콩의 상태를 철저하게 검증한다. 보관 역시 마찬가지다. 콩은 상온의 일반 창고에 두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온저장고에서 섭씨 5도를 항상 유지한다.



푸른들조합의 두부공장은 오는 8월 신식 설비를 갖춘 공장으로 이전한다. 철저한 위생과 납품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소포제 설비와 천연응고제 사용을 위한 설비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두부공장에서 생산·납품 총책임을 맡고 있는 신배호(48)씨는 “시중에는 한살림두부처럼 국산콩 원료나 천연응고제를 사용하는 다른 두부도 판매되고 있지만 친환경 농사를 실천하는 농민의 손으로 산지에 직접 세운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문의 041-538-0000







글=이숙종 객원기자 dltnrwhd@hanmail.,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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