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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 알싸한 시원함 청양고추 넣어 마셔 보세요

중앙일보 2014.06.19 00:03 5면 지면보기
하우스맥주 전문가 이정만씨는 청양고추 맥주, 생강 맥주 같은 자신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 마신다. 사진=채원상 기자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뜨겁다. 다시 한번 2002년 월드컵 신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염원이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경기가 대부분 새벽에 열리지만 응원을 소홀히 할 순 없다.

이정만씨에게 듣는 '하우스 맥주'
"만든 맥주 대부분
지인에게 선물
발효 시간 짧은
에일 효모 사용"



이때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면 제격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전 세계 맥주들을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최근 집에서 만들어 즐기는 하우스 맥주가 인기다. 이정만(47) 전국맥주만들기동호회원을 만났다.



누구나 하우스 맥주에 도전할 수 있는지 물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하우스 맥주 시음회가 열렸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하우스 맥주 맛을 평가하고 시중에 어떻게 유통할지를 판단하는 품평회 자리였다. 이제는 국회에서도 다뤄질 만큼 하우스 맥주의 입지와 폭이 넓어졌다. 하우스 맥주가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이 마시는 게 아닌 대중적인 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벌써 8년째 하우스 맥주를 만들어 즐긴다는 천안시 용곡동에 사는 이씨. 2007년 오토캠핑 모임에서 처음 하우스 맥주 맛을 알게 됐고, 이후 지금까지 계속 공부하면서 새로운 맥주 맛에 도전하고 있다. “1년에 1L 들이 150병 이상 만들어요. 저희가 마시기보다 대부분 지인들에게 선물해요. 하우스 맥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죠.”



하우스 맥주는 크게 라거(Larger)와 에일(Ale)로 나뉜다. 시중에서 흔히 보는 맥주는 대부분이 라거 맥주다. 라거 효모는 에일 효모에 비해 숙성 기간이 길고 더 부드러운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가정에서는 주로 발효 시간이 짧은 에일 효모를 사용한다.



30분이면 뚝딱! 라면 끓이기보다 쉽다



주로 에일 맥주를 만든다는 이씨는 취재진에 하우스 맥주 제조 방법을 알려줬다.



“딱 30분이면 됩니다. 초보자를 위해 맥주 원액을 담은 캔이 판매되고 있어요. 복잡한 맥주 제조 과정을 생략해 누구나 손쉽게 맥주를 만들 수 있죠. 어찌 보면 라면 끓이기보다 쉬워요. 한번 만들면 20L가 나오는데 비용은 10만원 안팎입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맥주 원액을 사서 물과 함께 끓이고 다시 물을 넣어 식힌 뒤 효모로 발효시키면 끝이다. 이후 일정 기간(10~15일) 발효된 맥주를 병에 담아 적정 온도에서 보관하면 맛있는 하우스 맥주가 만들어진다.



사전 지식이 없는 취재진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보였다. 또 하나 하우스 맥주의 장점은 마시다 남은 맥주를 오래 두면 탄산이 빠져나가 맛이 없어질까 하는 염려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맥주는 마시다 남은 것을 나중에 다시 마셨을 때 탄산이 빠진 이른바 ‘김 빠진 맥주’로 변하기 쉽다. 하지만 하우스 맥주는 스스로 계속 발효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맛을 내고 탄산의 함량도 높아진다.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 청양고추 또는 생강을 넣은 맥주는 그 맛이 일품이에요. 특히 청양고추 맥주는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나 목을 지날 때 느낌이 아주 좋아요.”



최근 매운 음식이 붐이라지만 맥주와 청양고추의 조합은 기자에게도 생소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탄생한 나만의 맥주, 그 맛이 궁금했다. 잔 윗부분에 봉긋 솟아오른 풍부한 거품, 약간 탁한 색깔의 불투명한 맥주는 그 모습부터 남달랐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쌉싸래한 홉의 느낌이 시중에서 파는 맥주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저는 계량스푼이 없는데 남편은 있어요.” 인터뷰 도중 이씨의 부인이 한마디 거든다. 1년에 4~5㎏씩 베이컨이나 소시지를 직접 만든다는 이씨. 워낙 남들에게 퍼주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정작 본인들은 마트에서 사 먹는 실정이란다.



그러고 보니 집 안 구석구석 눈에 띄는 물건들이 있다. 하얀 현수막 천을 사다 모서리마다 압정을 박아 뚝딱 완성한 스크린에서 시작해 직접 나무를 구입해 한 장 한 장 못질해 만든 가족 평상, 멸치국물 우려낼 때 쓰는 통을 이용한 커피 로스팅 기계, 제작 기간만 한 달이 걸린 핸드메이드 인디언 텐트까지 모두 이씨 작품이다. 가족에게 필요하다 싶으면 그 길로 종이와 연필을 갖고 와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제작에 들어간다.



“우리 가족 스타일에 맞게 리폼 또는 창조를 하는 거예요. ‘가족 편의’ 이게 바로 제 인생 모토이자 추구하는 바예요.”



함께 맥주 만들다 보니 부부 사이 돈독해져



이들 부부는 1995년 결혼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단다. 결혼한 지 6년 된 기자의 입장에서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20년 가까이 한결같은 그들의 부부애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서로를 살뜰하게 챙기는 부부.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부애도 더 돈독해졌다는 이들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자신들이 만든 맥주를 맛보며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맥주만들기’(cafe.daum.net/microbrewery) 카페에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하우스 맥주 만드는 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 비어스쿨(www.beerschool.co.kr), 굿비어(www.goodbeer.co.kr)에서 하우스 맥주 관련 도구들을 구입할 수 있다.



김난희 객원기자 <01163376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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