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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확 뜬 '반전시인' 최대호

중앙일보 2014.06.17 01:41 종합 21면 지면보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너와 헤어지기 전으로 갈까/너와 싸우기 전으로 갈까/내가 실수하기 전으로 갈까/아니/널 처음 만나기 전으로 가자’(‘시간을’)


"쉽고 솔직한 시라서 더 먹혔나봐요"

 SNS상에서 ‘반전(反轉)시인’으로 불리는 최대호(26·사진)씨가 쓴 시다. 100자가 안 되는 이 글에 페이스북 이용자 2만50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1500개가 넘는 댓글을 달았다.



 지난 1월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최씨의 시가 알려졌다. 우선 형식이 독특했다. 직접 손으로 쓴 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 “SNS는 길고 지루하면 사람들이 잘 안 읽어요.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 형식이어서 많이 읽어주신 것 같아요.”



 소재도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역시 인기 비결로 “간단하면서도 솔직한 시를 쓰려고 했다”며 “어렵고 복잡한 세상이니 쉬운 말이 더욱 사람들 가슴에 와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최씨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지방 국립대 경영학과를 3년간 다니다 중앙대 식품공학과로 편입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취업준비생이다. 그동안 겪은 구직 생활의 어려움을 비롯해 작은 키에 대한 고민, 연애하는 친구에 대한 부러움 등을 시로 녹여냈다.



 시의 마지막 구절에 항상 반전이 숨어 있어 읽는 재미도 있다. 그는 ‘반전시인’이란 평가에 대해 “정식으로 시를 배웠다면 틀에 갇힌 시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가 입소문을 타자 지난 4월엔 페이스북에 ‘읽어보시집’이라는 페이지도 개설했다.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최씨의 시를 구경하고 갔다. 원조 SNS 시인인 하상욱씨에 빗대 최씨를 ‘제2의 하상욱’으로 부르는 이들도 생겨났다.



 최씨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일주일에 2~3편씩 시를 써서 올린다. 지난달엔 미대에 다니는 여동생의 도움을 얻어 그동안 쓴 시 50여 편을 모아 그림시집으로 펴냈다.



 그는 글이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질문에 “깊이 있는 내용이 아니어도 재치 있게 쓸 수 있다면 누구나 SNS에 글을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취업해서 직장생활에 대한 시를 쓰는 게 그의 목표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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