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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은 끝났다 … 애국적 진보주의 필요"

중앙일보 2014.06.17 01:35 종합 23면 지면보기
‘애국적 진보’를 주창하고 나선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열어 진보의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할 예정이다. 10여 년간 써온 글을 모아 최근 『경세제민의 길』을 펴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애국주의와 진보주의가 결합된 애국적 진보주의가 필요하다. 평등과 연대와 같은 진보의 가치가 애국주의와 결합돼야 한다. 진보주의자가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


진보 경제학자 김형기 교수
신간 『경세제민의 길』 발표
대립 조장 극단주의 버리고
보수의 독재 견제 역할 촉구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인 김형기(61)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2006년 좋은정책포럼을 창립한 이래 그는 종종 ‘새로운 진보의 길’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다. 그가 지향해온 새로운 진보의 한 양태가 ‘애국적 진보’로 정리되는 듯해 눈길을 끈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써온 글을 모아 최근 펴낸 『경세제민의 길』(이담 북스)은 그같은 궤적을 보여준다.



 6·4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기초자치단체장을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결과는 더욱 ‘애국적 진보’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진보 진영의 변화를 촉구해 왔다. 시장 경제의 역동성은 살리되 양극화와 같은 단점은 보완하자는 게 핵심이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그는 “종북을 지향하는 낡은 진보, 시장을 부정하는 극단적 진보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열어 진보의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할 예정이다. 16일 그의 얘기를 미리 들어봤다.



 -6·4 지방선거를 어떻게 봤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진보 진영 내부의 성찰이란 관점에서 안타까운 점은 진보 전체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의 선거 결과는 그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종북을 지향하는 낡은 진보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하려면 시장 만능, 보수의 독주를 견제하는 건전한 진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진보세력은 애국하지 않는다는 유권자의 의구심을 떨쳐내야 한다.”



 -책에서 애국적 진보주의를 주창했다.



 “진보는 그동안 공동체나 나라 전체의 발전보다 국가 내 계급 대립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수립된 헌법, 그에 기초한 대한민국 체제에 충성하는 것은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의 의무다. 국가의 제도적 보호가 없으면 노동자의 처지가 열악해지는 게 글로벌 시대의 현실이다. 그래서 애국주의와 진보주의가 결합한 애국적 진보주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내 책 제목대로 백성을 제대로 구하려면(濟民)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자유주의나, 국가의 시장 개입을 통해 결과적 평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진보나 어느 한쪽만으로는 안 된다. 둘 사이의 길, 제3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 박정희식 ‘발전국가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시장경제에 기초하되 국가가 산업을 육성하고 금융시장을 통제한 발전국가 모델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 시장 자율에 맡기돼 시장이 할 수 없는 일,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국가가 체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여와 연대의 가치관 위에 지방 분권, 지식기반 경제 등을 통해 경제가 더 성장해야 한다.”



 -지방 분권이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 이유는.



 “국민의 절반이 지방에 있다. 이들은 수도권 주민보다 형편이 더 어렵다. 지방 기업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때문에 지방을 살리는 길이 곧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나는 원래 노동경제학을 했다. 머리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진보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한다는 자각이 들어 지방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진보의 변화를 촉구한 좋은정책포럼을 창립한 것도 그런 자기 반성의 연장이었다. 제3의 길을 얘기하면 진보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다. 고정불변의 진리는 없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형기=1953년 경북 경주 출생. 81년부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정치경제학과 노동경제학을 가르쳐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점자본과 임노동』(까치) 출간. 2006년 기존 진보 진영의 변화를 촉구하며 동료 학자들과 함께 싱크탱크 ‘좋은정책포럼’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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