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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어떻게'가 빠진 여성 일자리 대책

중앙일보 2014.06.17 00:45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혜미
사회부문 기자
여성가족부가 17일 성(性) 격차를 줄이고 여성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꾸린다. 내로라하는 기업과 기관 100곳이 협의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참여 기업들의 매출액은 752조원,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다. 여가부는 16일 사전 보도자료에서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2017년까지 여성고용률을 61.9%(지난해 53.9%)로 올리고 성 격차를 10%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목표 달성을 위한 53개 실천과제를 봤더니 좋은 말만 잔뜩 담겨 있다. 여성고용 확대를 위해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하고, 경력단절 여성 인턴제를 실시하며,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 활용을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다. 구호에 가깝다. 어디를 봐도 ‘How(어떻게)’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기업이 구체적인 실천 플랜을 제시하긴 했다. 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 확대, 현대자동차의 시간제 일자리 본격 도입 등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해 오던 것이다.



 여가부는 “8월에 기업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기업들이 하고 있는 모든 노력을 찾아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되 기업의 수요를 확대하는 유인책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정보가 없어서 여성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게 아니다. 게다가 유인책이 뭔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여성의 지위는 참담하다. 지난해 여성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7.2%)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경제포럼(WEF) 성 격차지수(GGI)는 136개국 중 111위다. 남녀 임금격차, 유리천장지수(직장 내에서 여성의 승진과 공평한 처우를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는 OECD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여성일자리를 만들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너무 몰아세우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은 올해 초 둘째 출산을 앞두고 회사로부터 퇴직 권고를 받았다. 이번 협의체 출범에 참여한 기업 중 한 곳이다. 회사는 “시간제 일자리 여성을 뽑아야 하는데 (출산 후 돌아와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둘러댔다. 정부 입맛에 맞추느라 좋은 일자리가 사라질 판이다.



 정부가 기업을 한데 모아 일자리 창출을 강제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먼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지, 다른 자리로 튕겨 가지 않는지,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등의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잘하는 기업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못하는 기업은 명단을 공개해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김혜미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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