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진화하는 대형마트 PB
제주 참기름, 이천쌀 즉석밥 …가격보다 품질로 차별화
"조금 비싸도 믿을 수 있다" 같은 회사 제품 밀어내기도

‘PB=값싼 제품’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기존 PB 제품보다 비싸지만 소비자에게 품질로 호소하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프리미엄급 PB’가 매대의 주인공 자리를 노리는 셈이다.

롯데마트 역시 원산지를 제품 이름으로 사용한 PB 제품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즉석밥 4종 중 ‘이천쌀 즉석밥’이 베스트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개당 1250원으로 반값 즉석밥(개당 600원)의 두 배가 넘지만 인기다. 이 회사는 국내산 자연치즈로 유명한 전북 임실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원료로 한 ‘임실치즈’ 시리즈도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치즈공장을 설립한 생산조합인 임실농협과 손잡았다. 현재 국내 유제품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치즈보다 20% 정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원산지를 상품 이름에 넣은 PB 제품이 같은 회사의 다른 PB를 밀어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마트 봉평샘물’이 대표적이다. 이 생수는 1~5월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100개가 넘는 생수 브랜드 중 삼다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매출 신장률이 19.5%로 이마트 전체 생수 매출 증가율 4%를 훨씬 넘는다. 특히 이 제품은 같은 PB 상품인 ‘이마트 샘물블루’(500mL 기준)보다는 40원 더 비싼데도 지난해 35억원어치 더 팔렸다. 배병빈 이마트 음료팀장은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강원도 봉평의 이름을 제품명으로 넣은 게 주효했다”며 “원산지가 주는 신뢰감이 제품으로 연결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남명우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PB 생산 초기에는 기존 제품과 비슷하게 만들거나 가격을 싸게 책정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근래에는 소비자에게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추구한다”며 “자기만 만들어 파는 고품질 PB로 경쟁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PB컨설팅 전문업체인 미국의 데이몬에 따르면 2008년 PB 구매 동인이 가격 47%, 품질 37%, 디자인 16%였던 데 반해 지난해에는 품질 52%, 가격 34%, 디자인 14%로 품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PB 전략은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도입됐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총 4만8000여 개의 상품 중 3만여 가지가 PB인데 1998년부터 제품을 저가인 ‘밸류(Value)’, 중저가인 ‘테스코(Tesco)’, 고가인 ‘파이니스트(Finest)’ 세 가지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오렌지주스의 경우 가장 비싼 ‘테스코 파이니스트 프레즐리 스퀴즈드’는 L당 1.84 파운드(3157원)로 펩시의 ‘트로피카나(1.62파운드)’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는 95년 커클랜드라는 제조 브랜드를 론칭하며 PB의 고품질화를 추구했다. 옷·세제·식품 등 전체 코스트코 매출의 20% 정도를 내고 있다.
오세조 연세대 미래교육원장은 “브랜드의 신뢰감과 품질에 반응이 빠른 국내 소비시장 특성상 고품질화된 PB 상품 경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병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