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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두 달] 단원고 생존학생들 금기어 나올까봐…

중앙일보 2014.06.15 19:50
“‘시간이 약’이라는데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할 지. 아직까지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권고 장모(17)양의 아머지 장동원(45)씨와 오모(17) 양의 아버지 오지연(44)씨는 이렇게 말했다. 생존 학생 75명 중 학교에 복귀한 3명과 계속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2명을 빼고 70명은 안산의 한 연수원에서 함께 수업과 치료를 받고 있다. 생활도 이곳에서 한다. 오전 7시50분 일과를 시작해 오후 4시에 끝나지만 부모가 있는 연수원 내 숙소로 돌아오는 건 자정을 넘어 밤 한 두시께다. 부모도 외면하고 친구들과만 어울린다고 했다. 이유는 부모들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특례입학을 요구했다는 등 학부모들이 입밖에 꺼내지도 않은 말들이 인터넷에 떠도는데, 아이들이 이를 보고 ‘엄마 아빠가 우리를 이용해 뭔가 받아내려한다’고 여기는듯 하다”고 짐작할 뿐이다.



아이들끼리의 나누는 이야기는 연예인ㆍ축구ㆍ화장품ㆍ쇼핑 등에 대한 것이다. ‘세월호’ ‘유병언’ ‘단원고’ 등은 금기어다. 아이는 물론 부모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숙소에서는 TV도 보지 않는다. 금기어가 나올까봐서다. 아이들은 또 병원에 가거나 잠깐 외출할 때 교복을 절대 입지 않는다고 했다. 단원고 학생인 줄 알아보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장동원씨는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에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 학생이 많다”며 “우울증 약이 없으면 못 버티는 아이도 있고, 수면제를 먹어야만 자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한 아이가 갑자기 코피를 쏟아 119 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라는 자포자기식 말을 자주 한다. 장동원ㆍ오지연씨는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아이들이 긴 시간을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트라우마가 나타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안산=임명수 기자 l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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