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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심리·건강·감정상태 … 당신의 땀 냄새가 당신을 말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15 13:33
땀은 인체의 냉각수이자 체취의 원인이다.



<24> 땀이 보내는 신호

‘누가 나의 짝이 될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대학 시절의 단체미팅은 신입생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미팅 주선자는 여학생들의 소지품을 모은 바구니를 남학생들 앞에 내려놓는다. 파커 만년필은 문학소녀의 것일까? 장밋빛 스카프는 꿈이 많다는 사인일까? 열쇠고리는 집을 같이 마련해보자는 몸짓인가? 소지품으로 상대를 예측해서 ‘킹카’를 고르려는 두뇌가 씽씽 돌아갈 때, 손수건을 코에 대고 킁킁거리는 녀석이 나타났다. 냉철한 이성 대신에 냄새로 짝을 고르려는 동물적인 ‘킁킁’족(族)의 출현에 단체미팅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던 ‘짝’에선 남녀가 며칠을 같이 지내며 상대를 파악한다. 이어 남자를 일렬로 세워놓고 여자가 선택한다. 누구에게도 선택되지 않는 수모도 견뎌야 한다. 이런 살벌한 짝 고르기보다는 ‘킁킁’족의 냄새에 의한 선택법은 재미있긴 하지만 비(非)과학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올해의 연구 결과는 ‘킁킁’족이 가장 과학적으로 짝을 고르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미국 필라델피아 캐롤린스카 연구소 팀은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의 독(毒) 성분을 사람에게 주사, 대상자들을 병에 걸린 상태로 만들었다. 4시간 후 이들의 셔츠를 모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 냄새를 맡게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병에 걸린 사람들의 셔츠를 정확히 구분해냈다. 이 연구대로라면 단체 미팅 때의 ‘킁킁’족은 나름대로 최고의 과학으로, 즉 손수건에 밴 땀 냄새를 통해 ‘건강한 짝’을 찾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가 이 방법으로 정말로 ‘건강한 짝’을 만나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처럼 땀은 단순한 인체의 냉각수가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다. 무슨 신호일까?



사람도 동물처럼 냄새를 통해 소통한다. (‘Sense of smell’, 필립 머시, 1689∼1760년, 예일 미술관)
체취는 땀이 분해된 결과

사람 냄새의 대부분은 땀 냄새다. 운동을 하지 않는 평상시에도 하루 500mL의 땀이 온몸으로 배출된다. 온몸에 퍼져 있는 에크린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나트륨 등 1%의 전해질이 포함된 비교적 물에 가까운 땀이다. 이와는 달리 겨드랑이에 주로 분포하는 아포크린 땀샘의 땀은 끈끈하다. 나트륨 외에도 몸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지방·젖산·요소 등이 섞여 있다. 문제는 이 끈적끈적한 땀 성분이 피부상재(常在) 세균들에 의해 분해되면서 각종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땀 성분이 대부분 황 화합물이면 썩은 계란 냄새, 지방산이면 퀴퀴한 냄새가 난다. 피부에 살고 있는 세균의 종류는 약 1000종이다. 개인마다 세균의 수나 종류가 달라 끈끈한 땀이 분해돼 나오는 냄새도 제각각이다. 이런 개인의 냄새 차이를 이용해 지문·홍채처럼 개인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사람들은 겨드랑이에서 나는 냄새를 ‘액취(腋臭)’라 하여 극구 꺼린다.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액취 탓에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액취는 독특하고 인종 차(差)가 심하다. 액취가 많은 유럽인들은 귀의 땀샘이 활발해 귀지가 축축한 반면 액취가 적은 동아시아인들은 귀지가 뽀송뽀송하다.



진땀은 정신적 스트레스의 정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러스트 박정주
소변엔 동물의 신상정보 담겨

국내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다한증(多汗症) 환자들은 액취가 늘 걱정스럽다. 다한증 환자들은 액취를 줄이기 위해 보톡스 주사로 땀샘근육을 마비시키거나 민감해진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액취제거제, 즉 디오더런트(deodorant)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이 많이 든 액취제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해당 피부가 자극을 받아 붉어진다. 정상적인 피부 세균마저 대부분 죽어 피부 방어기능도 약해진다. 피부에 분포하는 토종 세균들은 먼저 자리를 잡고 병원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면역력이 약해진 습진환자들의 피부를 살펴보면 평상시 눈에 띄지 않던 세균들이 보인다. 토종 세균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토종 피부 세균들을 잘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쁜 냄새를 생성하는 세균만을 억제하는 디오더런트를 필히 만들어야 한다.



여름철에 디오더런트는 다한증뿐만 아니라 땀으로 인한 냄새가 걱정되는 남녀에겐 필수품이다. 디오더런트를 쓰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동물들은 짝을 고를 때 체취를 중시한다. 동물이 병원성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에 감염되면 만들어지는 체내의 면역물질이 땀과 함께 배출돼 독특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땀만 아니라 소변도 이런 경보 기능을 지닌다. 예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컷 쥐의 소변 냄새를 맡은 암컷은 생식력이 떨어진다. 병에 걸린 수컷과는 짝을 이루지 않도록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다. 냄새를 구별해 감염되지 않은 짝을 골라야 자신은 물론 다른 동족들, 그리고 태어날 새끼들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사람도 질병에 따라 소변이나 날숨에서 나는 냄새가 다르다. 이는 질병 예고의 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 모두 냄새가 건강의 척도인 셈이다.



소변엔 동물의 신상 정보도 담겨 있다. 그룹에서 서열이 얼마나 높은지, 임신이 가능한 상태인지, 족보가 어떤지 등을 알려준다. 나와는 다른 족보의 유전자를 가진 짝을 만나야 후손들의 유전자가 다양해지고 그래야 혹시 모르는 새로운 병원균이나 변화하는 환경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인을 따라 산책하는 동네 강아지들끼리 만나면 상대 여주인이 민망할 정도로 서로 엉덩이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너는 어떤 놈이고 나와 짝이 될 만한 놈인가를 냄새로 알아보는 것이다. 수㎞ 떨어진 곳에서도 페로몬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나방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짝에게 달려든다. 반면 개를 비롯한 동물들은 킁킁거리며 ‘건강한 짝’만을 찾는다. 사람은 어떨까? 이성을 만나서 개가 냄새를 맡듯 이것저것 재는 사람들도 물론 많다. 하지만 상대방이 장애를 가진 것을 알면서도 가정을 이루고 평생 돌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손의 촉감 통해 상대방 마음 파악 가능

2006년에 개봉된 영화 ‘향수(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의 남자 주인공은 여인들의 몸에서 나는 체취(體臭)를 모아서 향수로 만든다. 이른바 짝을 유혹하는 ‘인간페로몬’ 향수를 만든 것이다. 인간들 사이에서 페로몬을 주고받는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시중에 나도는 페로몬 향수는 그냥 향수일 뿐이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냄새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다. 영화 초반에 냄새를 맡는 장면이나 킁킁거리는 소리가 28회나 나오는데 그때마다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 같이 킁킁댄다는 것이다.



올해 이스라엘 연구팀은 후각을 이용한 군중의 소통 가능성을 제기했다. 타인의 킁킁거림에 자신도 함께 궁금해하고 킁킁거리며 ‘거기 뭐가 있어서 그래?’라며 서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의 슬픈 표정이나 흐느끼는 소리를 듣게 되면 우리도 덩달아 슬퍼지고 같이 우는 것과 같다. 이런 감정의 교류는 땀 냄새만으로도 가능하다. 2012년 ‘심리과학회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쁠 때 나오는 땀을 모아서 다른 사람이 맡게 하면 맡은 사람도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진다. 땀 냄새를 맡기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땀은 이런 의미에서 타인의 감정을 내게 알려주는 정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정신적 스트레스, 예를 들면 자살 가능성도 땀이 알려준다는 점이다.



인간의 온도를 조절하는 가장 확실한 냉각수인 땀의 분비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조절한다. 아드레날린은 감정 조절과도 관련이 있다. 아슬아슬한 서커스를 보거나 무서운 영화를 볼 때처럼 몸이 긴장·걱정·스트레스에 싸여 있을 때 손에 진땀이 나는 것은 그래서다. 이런 이유로 땀샘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2013년 ‘정신의학연구지(J. Psychiatric Research)’엔 진땀이 나면 피부가 촉촉해져서 전기가 잘 통하는 점에 착안, 손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해서 자살 가능성을 예측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벨소리 같은 외부 자극에 처음엔 예민하게 반응해서 손에 땀이 나지만 두 번째 벨소리엔 반응 정도가 훨씬 떨어진다. 주위 변화에 대해 둔감해져 진땀이 나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자살 가능성을 97%나 예측할 수 있었다.



땀샘은 단순히 냉각수(땀)를 내보내는 곳이 아니라 감정의 샘이다. 최근의 자살 예측법은 뇌의 MRI 사진이나 뇌파 측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손의 촉감, 즉 진땀의 과소(過少)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전통적 방법이 훨씬 더 인간적이다. 사춘기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면 이들의 마음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또 손을 통해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황폐해진 아이들을 치유하는 데는 MRI보다 손을 통한 가족 간의 소통이 더 효과적이다.



최근 땀샘에서 발견된 성체줄기세포는 땀샘의 중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골수나 지방의 줄기세포는 복잡한 수술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땀샘 줄기세포는 피부를 아주 얇게, 즉 3㎜만 떼어내면 얻을 수 있다. 이를 상처 입은 피부에 덮어주면 피부 손상이 신속하게 회복된다. 또 재건하기 힘든 땀샘이나 모발들도 쉽게 재생시킬 수 있다.



여름철은 땀이 많은 계절이다. 땀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나는 당신을 적시는 ‘노폐물’이 아니라 당신을 지키는 ‘생명수’라고.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국 조지아텍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역임. 한국과학창의재단 STS사업단www.biocnc.com에서 바이오 콘텐트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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