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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맛있는 한옥 정담

중앙선데이 2014.06.14 16:15 379호 4면 지면보기
시 쓰는 분과 소설 쓰는 분, 춤추는 분과 연극하는 분, 사진 찍는 분과 책 만드는 분과 그림 파는 분, 그리고 글 쓰는 놈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초여름의 시작, 장소는 경기도 광주 팔당호 근처의 한 박물관입니다. 겉보기엔 그저 고즈넉해 보이기만 하는 공간이었지만 척 들어가니 유물과 작품들이 떠드는 소리로 왁자지껄 시끌벅적합니다. 시간과 지역이 뒤섞인 공기가 콤콤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돌 인간들 호위 속에 제대로 된 옛날 한옥이 날렵하게 서 있습니다. 10여 년 전 전남 강진에서 철거위기에 있다 이곳으로 옮겨진 ‘김비장네’입니다. 잘생긴 대들보 아래 시원한 대청 마루로 안주인이 차례차례 음식을 내옵니다. 깍둑썰기한 마와 알로에, 잣과 곶감을 썰어 넣은 깻잎 도토리묵, 계란 옷을 입은 관자 부침개가 이어집니다. 이른 아침 마을 시장에서 사온 건강한 재료들입니다.

“이제 제일 맛있는 게 나와요.”

“어이쿠, 방아잎 부침개네.” “이게 한국의 허브여, 허브.” “이 솔방울 주는 송홧가루 생기기 전에 솔방울을 따서 45도짜리 소주에 넣고 1년간 숙성시킨 거예요.”

“원래 붕어조림을 하려고 했는데 요새 붕어가 잘 안 잡힌다네.” “무슨 걱정인가, 또 오면 되지. 잡히면 연락하소.”

음식은 나눠먹어야 맛있다는 말,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오후는 속절없이 흘러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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